:::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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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게도. 아쉽게도. 그래도 몇달 군 생활 했다고.

어제 술을 마셨음에도. 나름대로 숙취에 시달림에도.

잠을 늦게 자서 피곤함에도. -_-



아침에 눈을 뜬건 총기상 15분 전. 도 아닌.

내무대 막내일을 하기 위한 시간인 5시 15분 경이였다.

밖은 엄마가 수학여행가는 동생을 위해 김밥 싼다고 분주했고.

상록이는 옆에서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다.

조금 숙취가 오면서 머리가 아파왔다. 나가서 찬물 마시면 좋으련만.

그마져도 귀찮아졌다. 군대에서 이러면 피곤하겠지만.

사회란건 이렇게 사람을 썩어가게 만드나보다. 허허.



낮에는 그냥 그간 못본 책들 보고 시간을 대충 보냈다.



그리고 밤 8시 30분이 좀 지나서 준호를 만났다.

떠밀린 감도 있지만. 원래 추석 즈음에 나오려던 휴가를.

일찍 나온건 준호랑 휴가 맞출려는 것도 이유중에 하나니까.


준호는 머리가 짧더라. 역시 정예육군. '-'

그리고 살이 좀 빠지고. 뭐. 그거 말고는. 변한게 없는 듯?

늘 하는 이야기지만 한 20년 살았던게 군생활 몇달로 바뀌어봐야

얼마나 바뀌겠는가. 뭐. 맨날 알던 그 모습이지 뭐.

간만에 만나서 저녁 안 먹었다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햄버거 하나 사먹고.

오랫만에 오락실 가서 땀좀 흘리고.

아. 그러고 보니 이제 펌프 유행이 지나가서인지. 요새 고등학생은.

우리 고등학생일 때보다 썩 못하는거 같은 느낌이.

나나 준호가 아직 애라는 것도 부인 못하는 거긴 하지만서도. -_-;;

하여간 땀 막 흘리고. 우리의 고향 조이트레인에 갔다.

안주는 역시 맨날 먹는 돈피(돈가스+피데기)요,

술은 맥주 3000cc에 소주 두병. 군대 이야기는 하지 말고 놀자고.

그리 맹세했건만. 슬프게도 우리는 군인인지라. 군대 이야기 밖에 할게 없더라. '-'

훈련소때 xx같은 이야기 하고. 이래저래. 계속 웃었다.

그리고 나와서 오락실 가서 잠깐 놀고. 2차로 편의방엘 갔다.

음. 결국은 술집인데... 에이씨. 일기에 까지 친절하게 설명할 필욘 없으니.

궁금하면 구미에 와라. 같이 마시면 되잖아. '-'


말이 샜군. 어쨋거나. -_-;;

편의방에 가서 싸구려 안주 하나에 발렌타인 12년 산 양주를 사먹었다.

그러고보니 제목이랑 내용을 맞추려면 새벽에 일을 써야 하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 빨리빨리 있었던 일만 쓰고 넘어가야겠다.

'-' 양주.



처음에 먹을 땐 그리 괴롭더니. 이젠 좀 적응이 되나보다.

목과 코가 시큰한걸 약간 즐길수 있을 정도는 되는거 같다.

그래도 지갑이 슬프니까. 좀 자중해야겠다 싶긴 하지만.

하여간. 그렇게 먹고 집엘 갔다.

오랫만에 술을 마셔서 그런지 준호가 조금 힘들어 하는거 같았다.

도중에 조금씩 쉬면서. 그리고 길에 준호의 영역표시를 하면서.

조금씩 집에 가다가. 문득 이상한게 보였다.

우리집에 가는 골목 즈음에. 왠 꼬맹이 하나가. 이 추운 새벽에.

나시에 반바지만 입고. 덜덜 떨면서 앉아 있는 것이였다.

"뭐야. 집 나온 꼬만가?" 하는 생각에.

잠깐 쉬자고 보채는 준호를 앉혀 놓고. 그 꼬마에게 갔다.

그림자가 있는 걸로 봐서 귀신은 아닌거 같았다.


꼬마는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단다. 이마트에서 일하시는데.

일주일에 한두번 야근 때문에 늦게 오신단다.

아버지께서 술을 자주 드시냐는 내 물음에 꼬마는 아니라고 답했다.

'그럼 정말 그냥 야근인가..' 하고 생각하고 가려는데.

문득 뭔가 이상했다. 지금 시간이 새벽 4시 인데... 싶어서.

꼬마한테 어머니는 뭐하고 계시냐고 물어봤더니. 주무신단다.

이 옷차람으로 애를 내보내 놓고 말이다.

문득 짜증과 분노가 섞여 올라왔지만. 곧 진정했다. 내 병이다.

남일에 흥분하는건 별로 좋지 않지. 싶어서.

꼬마한테 좋게좋게 타일렀다. 다음부터 아버지 야근때는. 엄마한테.

춥다고 말하고 옷을 든든히 입고 나오거나. 아니면 그냥 자라고.

내일 학교에 가야 하지 않겠냐고.

...말해봐야 별로 바뀌는거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리고 꼬마 나이를 물어보니 초등학교 4학년이란다.

커피도 마실수 있다길래 주위 자판기에서 따뜻한 커피를 뽑아 쥐어줬다.

아버지 곧 오실테니까 기다렸다가 얼른 가서 쉬라고 말해주고.

다시 준호를 데려가기 위해서 고개를 돌렸다.



-_- 그곳에 그는 없었다.

원호지구까지 뛰어가봤지만 준호는 없었다.

도량동을 2번 횡단하며 준호를 찾아봤지만 준호는 없었다.

뛰다 보니 준호 가방이랑 안경이랑 모자랑... 등등.

무거워 죽는 줄 알았다. -_-



머뭇거리면서. 걱정하면서 준호네 집에 전화해봤더니.

준호 아버지가 받으시면서. 준호 집에 왔단다. -_-

이놈시키. 내가 애 하나랑 이야기 하는 사이에 홀라당 가버리고.

계속 잘 걷지도 못하길래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또 언제 올라갔는지. 허 참.

하여간. 긴 하루였다. 집에 오니까 새벽 5시 30분이 넘어가고 있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