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노래가 들린다 -
지난 주말 상록이랑 저녁을 먹을 즈음.
식당에서 틀어주는 노래 중, 이승환 노래가 간간히 나옴을 느꼈다.
사실 이때까지는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면 밖에서 이승환 노래를 들을 일이 없었기 때문에 어색함을 느꼈으리라.
흘러나오는 곡은 주로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와 '물어본다'.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는 9집 타이틀 곡으로, 천일동안 만큼 유명세를 타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공연 같은 곳에서 밀어준 덕에 새로운 엔딩곡으로 자리잡은 곡이다.
근래의 공연에선 천일동안을 비교적 편안히 부르고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를 엔딩곡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물어본다'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옛날부터 아는 사람은 아는 노래였던 것 같기도 하고...
어쨋거나 이승환의 노래가 나온다는건 팬으로서 나쁜 일은 아니였기 때문에, 반가워하며 들었다.
- 그의 노래가 또 들린다 -
민석이가 밑도 끝도 없이 '술 먹자'라고 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주 있는 일도 아닌지라 별 말 없이 알겠노라 했다.
돼지가 맨날 술 먹는다고(맨날 먹지도 않지만!) 어머니께 디스 당할게 뻔했지만... 뭐 그래도.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니깐.
요 근래 가곤 했던 엘리 펍에 자리를 잡고, 이런저런 이야길 하면서 소주를 마셨다.
뭔가 큰 일이 있나 싶어 내심 신경 쓰이긴 했었으나...
내 기우에 지나지 않았는지, 막상 얼굴 보니까 불꽃같던 감정이 사그라 들었는지 별 이야긴 없었다.
여느때와 같은 술자리였다. 다만 술이 먹고 싶었던 듯, 술은 맛있더라.
어쨋거나. 이날도 술집에서 이승환 노래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뭐지? 싶긴 했는데, 나오는 최신곡들 사이에 이승환 노래가 드문드문 섞여 있어서 이상하다 싶었다.
누가 노래 선곡했는지는 모르지만 매니악하기도 하지...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하긴 술집에서 웃고 떠들다 보면 누가 나오는 노래 따위 신경쓰겠냐만은..
이후 알바생한테 물어봤다.
'노래 선곡은 누구 취향이예요?' 라고. 대답은 예상 외였다.
'그냥 멜론 top 100' 틀어 놓은 거예요.
....음? 멜론 top 100에 왜 이승환 노래가?
심지어 신곡도 아닌데?
- 아이러니함 -
의문은 민석이의 한마디로 간단히 풀렸다.
'생키야, 요새 승환이형 얼마나 유명한데! 페북 스타 아니가!'
아. 맞다. 요새 세상 돌아가는 꼴이 이모양이였지..
비교적 근래라면 근래고, 예전부터라면 예전부터지만,
이승환은 자신의 페이스 북에 정치색을 뚜렷히 나타내는 사람이다.
원래 좀 진보성향의 사람이기도 하고, 앨범에 故노무현 대통령의 헌정곡을 싣는 등, 자기 목소리가 확고한 사람이다.
최순실 사태가 터지기 전에도 페이스북에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을 자주 올리곤 했으며,
세월호 관련된 '가만히 있으라'는 곡을 발표하는 등,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일말의 주저함도 없다.
jtbc 뉴스룸에 출연했을 땐 전 대통령도 디스했으니 뭐...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점을 좋게 보진 않았다.
'보수'성향이던 '진보'성향이던. 어차피 개개인의 가치관이니 그걸 탓할 순 없다.
내가 피곤함을 느끼는건 '우파'아니면 '좌파'라는 지독한 편가르기에 따른 흑백논리가 첫번째요,
둘째는 자신이 속한 방향이 옳다고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는 것이다.
물론 이승환의 sns 발언이 위의 두가지에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확 드러내는 정치색이 편하지만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성향과 음악은 별개이기에 그의 음악은 여전히 사랑하고 있고. 그의 가치관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지만,
그걸 소신있게? 적나라하게? 드러내는게 조금 불편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
사실 이승환은 대중적인 영향력이 아주 큰 아티스트라고 할 수는 없었다.
앨범을 발매해도 즐기는 사람만 즐기는, 이제는 매니아층이 주축이 된 가수라고 봐도 될 것 같다.
나도 굳이 따지면 매니아 축에 들어가겠지만...
그런 그가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또 그에 대해 적나라하고 직설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게 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김제동과 이승환이 유독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긴 하고.
아. 그의 정치성향에 대해 쓰려던건 아닌데 사족이 글의 95%가 되어 버렸다.
어찌됐건 그의 소신발언이 이슈가 됨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이렇게 음악 차트 같은 곳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아마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의 음악을 찾아듣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겠지.
비교적 근래에 8시간 27분 공연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었고..
뭐. 그가 이런걸로 지명도가 오르고.
자신의 노래가 차트에 들어가는걸 즐길 사람은 절대 아니라고 본다.
그럼에도 그가 꾸준히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할 때도 미적지근했던 대중들의 반응들이
이런 사회적 이슈와 겹치면서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 미묘한 기분을 느꼈을 뿐..
얼른 나라꼴이 멀쩡해지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