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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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가 기울던 그 어느 날 -


 어떤 의미로 이건 어그로에 가까운 글일 것이다.


 어디가서 딱히 말해본 적도 없다. 사실 별 일 아니지만, 말하면 까일만한, 그런 이야기?




 2014년 4월 16일.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들을 태우고 바다를 가로지르던 배가 가라앉아버린 그날.


 많은 사람들이 참담해 했고, 믿을 수 없어했으며, 절망했다.


 아이들이 돌아오길 기다리던 가족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창백해져만 갔고, 사람들은 국가의 무능함에 분노했다.


 이날의 짙은 그림자는 아직도 다 걷히지 못했고, 아직도 사람들은 노란 리본에 눈물 짓는다.


 그날의 의혹들은 아직 모두 걷히지 못했다.


 


 당시의 난 그 아이들이 금방 구조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적어도 그 날은, 심각하게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적어도 그 날은.




 그 날의 난 배가 가라앉은 것 자체엔 별 관심이 없었다.


 당장 나한테는 눈 앞의 이별이 더 중요했고, 그 이유의 어처구니 없음이 더 신경쓰였다.


 가늘고 얇은 온도가. 이제 없어진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세월호 뉴스는 그저, 적막한 공간에 뭐라도 채워놓기 위해 틀어놓은 tv에서 계속 쏟아낼 뿐인 뉴스였다.


 적어도 그날의 난. 당연히 구조되겠거니, 하고 생각했고. 눈 앞의 일이 더 중요했다.





 세월호 몇주기가 될 때마다 먼저 떠올리는건 그날의 옅은 온도 뿐이다.


 1주기니, 2주기니라고 하면 '아, 그게 벌써 몇년 전 일인가...'하고 씁쓸히 웃을 뿐이다.


 그렇게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 벌써.





 비교적 최근에. 최순실 게이트로 워낙 시끄러운 와중에 문득 생각이 나서.


 이제서야 세월호 관련 이야기를 느긋히 읽어보았다. 대략적인건 알고 있었지만 좀 자세히 알고 싶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난 뒤에 자료를 찾아서 그런가, 비교적 어렵지 않게, 다양한 관점에서의 글을 읽을 수 있었다.




 피지도 못한 꽃들은,


 아마 자신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찬란한 시절이라는 것마저 알지도 못한채,


 아무것도 펼쳐보지 못한채 스러져 가버렸다는게.


 새삼스레 너무 서글펐다.


 시간이 지났고. 


 나도 점점 어른이 되어, 꼰대가 되고. 기성세대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 


 시간은 계속 지나고 있지. 


 근데 왜 난 아직도 여전히 거기에 있는건지 모르겠다.


 이젠 몸도 마음도 다른 사람을 품고 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