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적 -
곰곰히 생각해보니 군대 있을 때부터 생긴 습관이다.
딱히 주위에 이야기할 일이 없어 아는 사람도 극소수 일 것 같은 습관.
뭐. 대단한건 아니고...
늘 갖고 다니는 물건에 편지를 끼워 갖고 다니는 것.
하루이틀 갖고 다니다면 어느샌가 가지고 다닌다는 것도 까먹고
하루하루 보내는게 대다수.
그러다 어느날 문득 눈에 띄어 읽으면 웃게 되는 그런 편지.
를 들고 다녔다.
군대 있을 땐 늘 다이어리를 들고 다녔다.
홈페이지 관련 디자인도 끄적대고, 연락처도 적어놓고 일기도 쓰고.
내가 군생활 할 때만 해도 인터넷 할 여건이 되지 않았던터라 일기를 다이어리에 썼었다.
휴가나오면 다이어리에 써둔 일기 옮겨쓰곤 했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군대에선 인터넷 안되는게 나을것 같다)
여튼 그 다이어리에 갈색 봉투를 늘 끼워 갖고 다녔다.
다름 아닌 첫사랑이 보내준 편지였는데.
4차원에 애기 같음에도 은근히 조리있게, 재밌게 글을 쓰는 아이였다.
연인들 중에는 유일하게 환상을 깨지 않고 고이 잘 지내시는 분.
이런 말 하면 안되지만
예쁜 얼굴은 아니였음에도 이런 좋은 기억만 있는 것 보면.
얼굴이 전부는 아닌가보다 싶기도.
어쨋거나 그 편지를 한동안 들고 다녔다.
자취할 때도 늘 메고 다니는 가방에 편지 한통 넣어 다녔고...
자주는 아니지만. 아주 가끔씩 넣어다니는 편지가 바뀌곤 했다.
- 그 때의 너는 나만의 것 -
딱히 편지를 써준 사람을 그리워하는 의미로 들고 다닌 건 아니였다.
그냥 그 편지에 풀풀 넘치는 풋풋한 느낌이.
읽다보면 자연스레 기분 좋아지는 그런 편지들이라.
우울할 때나 지칠 때 읽으면 기분이 확 좋아지는 그런 효과가 있다.
이상하게도 읽어보면 90%는
"내가 이럴 줄 몰랐다"는,
사랑에 빠진 자신에게 어쩔줄 몰라하는 소녀들의 멘트가 한가득.
"내가 이럴 줄 몰랐다"라고 할 정도로
풋풋히 사랑하는건 그 때 한 순간 뿐이니.
뭐. 불빛 아래에서 편지지를 펴 놓고 끄적거리던.
그 시절의 그 사람들은 이젠 어디에도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갖고있고, 가끔 기억할 땐 그 시절의 그 사람은
나만의 것이란 느낌이 들어 좋다.
이왕이면 좋은 기억.
- 제자리에 놓다 -
우연히도 어제 잔업하고 퇴근하려던 찰나,
가방에 도시락을 우겨넣다가 작은 카드를 발견했다.
아 맞다. 지금은 늘 들고 다니는 가방에 넣어둔게 있었지...하며 읽었다.
제가 도시락을 다 싸보고 카드까지 써보네요.
스스로도 신기합니다.
제가 이럴줄은 몰랐거든요.
아무튼 이제 시작인거잖아요.
앞으로도 이렇게 설레고 기쁜 날들만 있길 바래요.
피식 웃었다. 정말 베이직한 구성으로 씌여진 카드다.
어제 주연이 입사소식에 소심하게 삐뚤어지고 있었는데.
퇴근하려고 짐 싸다가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래. 이게 부적 효과!!
그리고 어젯밤.
이 사건은 정말 굉장한 우연(..)이 되어버렸다.
오늘 아침. 출근하기 전에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 편지를 모아둔 서랍에 넣었다.
당분간은 부적 없이 다녀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