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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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


 낮에 잠깐, 외근 때문에 밖을 돌아다니던 중, 길가에 은행을 보고 떠올렸다.




 거래처분이 아버지께 입금할 돈이 있는데, 도중에 뭔가 착각하신건지 나한테 입금하는 일이 있었다.


 큰 돈아 아니였으니 망정이지... 어쨋거나 전후사정을 전해듣고는 '제가 사장님께 전달해드릴게요'라고 말했는데,


 요즘은 앵간하면 다 카드가 되다 보니 현금을 잘 안들고 다닌단 말이지...


 계좌 이체 해드리면 되지만 맨날 '가르쳐줄게'라고 하신 뒤 잊어버리시는 우리 아버지(..).


 은행이 보인 김에 나는 그냥 돈을 인출해서 아버지꼐 드리기로 결심했다.


 


 ATM기에 카드를 넣고. 인출 버튼과 비밀번호를 꾹꾹 누르던 찰나. 어떤 것이 눈에 띄었다.


  ATM기 위에 5만원짜리 현금이 몇장 있었던 것.


 잠시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이 오갔으나, 


 '길거리에서 돈 줍는다고 뭐라 하진 않잖아?'라는 생각에 그냥 챙겨가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견물생심이랬던가..


 '그래! 그건 착하게 살아서 하느님이 나한테 선물을 주신 것이 분명해!'


 


 일단 나는 눈알을 데굴데굴 걸려 카메라 위치를 찾았다. 


 그리곤 최대한 카메라에 비치지 않게, 최대한 자연스럽게(근데 분명 어색했을 듯)


 내가 찾은 돈과 올려져 있던 돈을 회수했다. 보니까 5만원짜리 두장. 즉 10만원이였다.


 아마 양심의 가책이 그다지 들지 않았던 건 고작 10만원이였기 때문일듯..


 100만원쯤 됐으면 절대 안 가져갔겠지?




 일단 땡잡았다 싶어 룰루랄라 은행을 나섰다.


 차에 시동을 걸고서, 다시 외근 업무로 돌아갔는데... 뭐랄까. 뭔가 계속 찝찝했다. 


 뭐지. 이 기분은 도대체 뭐지...


 참고로 양심의 가책은 절대 아니였다. 그것과는 다른 찝찝함이였다.


 결국 신호에 걸렸을 때 네이버를 켜고 검색을 해봤다. 


 'ATM기에서 돈을 주웠어요.' 라고.





 아이고. ATM기에 올려져 있는 돈은 엄연히 은행 자산이라서,


 혹 누가 잊어버리고 놔두고 갔어도 그걸 가져가면 안된단다. 절도랜다.


 순간 뒷통수가 뻣뻣해졌고, 잠시동안 머리속에서 천사와 악마의 사투가 벌어졌다.




 '에이, 당연히 갖다 줘야지'


 '아니야. 고작 10만원 없어졌다고 신고하고, 카메라 돌려보고 그러겠냐. 그냥 가져라'


 '그냥 갖다 주라고! 양심! 양심 라이프!'


 '그냥 너 가지라고! 인생 뭐 있나!'




 결국은 고민하다가 차를 돌려서 은행에 다시 갖다 줬다.


 10만원 주워서 땡잡았다 싶었는데. 그렇지도 않았던 것이다...


 민석이나 주위 사람들한테 물어봤더니. 다들 알고 있었다. ATM 돈은 건드리면 안된다는 것을...


 이런 기초 상식을 왜 난 몰랐던가지. 긁적긁적.




 어쨋거나 주운돈 10만원은 은행에 다시 줬고.


 연락처를 달라는 직원의 상냥함을 쿨하게 씹고, 다시 나와서 볼일을 봤다.


 다음번엔 그냥 만원이라도 부디 길바닥에서 주울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