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2016 -
연말엔 제법 바빴다.
일기를 미뤄쓰다보니 1월 중순이 넘어서야 작년 연말 일기를 쓰고 있는데,
사실 지금까지도 계속 바쁘다.
입사한 이후로 이토록 긴 기간동안 바빴던 적이 있나 싶다.
뭐. 생각해보면 하루하루의 밀도가 죽을 만큼 높은건 아니였지만(일단 잔업을 별로 안하긴 했다),
초심을 잃었기 때문인지 이정도의 바쁨으로도 충분히 피로함에 쩔어 있다.
이 놈의 바쁨. 덕분에 올해는 연말에 통영도 가지 못했다.
크리스마스에 기적이 있었다면 31일에 통영에 틀어박혔을 수도 있었을거고.
그게 아니더라도 연말엔 꼭 통영 한번씩 가곤 했는데. 올해는 가지 못했다.
숙소 예약도 해놨는데 바빠서 못 갔다. 젠장.
그래서 그다지 연말 기분을 느끼지 못했다.
하긴. 크리스마스도 별다른 느낌없이 지나가는 마당에, 연말 연시라고 뭐 있겠어.
심지어 올해는 상록이도 집에 없어서, 왠지 더욱 더 썰렁한 연말이였다.
꼰대 형 모드(ㅋㅋ)를 발동해서 내려오라고 갈굴까도 했지만,
오가는게 쉬운 일은 아니기에 차마 꼰대 모드를 발동하지 못했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부모님께 저녁 한끼 사 드렸다.
아버지께서 요즘 이가 안 좋으셔서, 장어를 먹기로 했는데...
요 몇일 새벽에 일을 하셔서 그런지, 아버지께서 이 수술한 부분이 퉁퉁 부어올라 깜짝 놀랐다.
그래서 올해는 연말 연시 드링킹(..)도 하지 못하고, 정말 여느 주말과 다름없이 보냈다.
그래도 제야의 종소리는 듣고 잤으니까. 뭐.
어서와. 2017년.
- 안녕- 2016 -
올해를 돌이켜 보니. 정말 별 특징없이 흘러간 한 해였다.
극적인 사건도. 변화도. 기억나는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없는. 밋밋한 한 해였다.
그게 올해 설 연휴 때였으니까. 대략 1~2월 중에
'과거의 사람' 이야길 듣고. 아파트 놀이터에서 펑펑 울었던게 생각났다.
아마 지나가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지 않았을까 싶다. 덩치는 커다란 아저씨가, 찔찔 짜고 있었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울 수 있는 감정의 변화폭이 있었다는 것 마저도 놀랍다.
아. 그래. 그때의 난. 정말 슬펐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진짜 오래전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올해 일이였구나.
지지부부하던 관계도 급속히 끝을 향해 달려나가,
이후로는 더이상 소식을 알 수 없게 되었고. 전할 수 없게 되었다.
돌아오는건 연결할 수 없다는 기계적인 안내 메세지 뿐.
혹시. 설마. 만약. 하던 시간도 길어지고 길어져. 벌써 2016년이 끝나 버렸다.
매번 듣던 키워드. 이를테면 우체국? 사람과 만나고 있을까.
내 생각은 할까. 아프진 않을까. 생각해 보았으나.
경험 상, 이젠 기억나도 나지 않을, 파편의 한 줌 같은 존재가 되었으리라.
이젠 누군가의 품에 안겨 사랑을 속삭이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서글프지는 않았다.
어차피 이별이라는게 그렇다는걸, 이젠 잘 아니까.
그냥. 2016년이 이렇게 지나갔구나.
하는 회고담일 뿐.
그 외엔 진짜 별 거 없네.
친구들은 둘째 아이를 갖는다거나. 이랬다거나. 저랬다거나.
많은 일이 있던데. 나는 그저 여전히도 혼자고. 뚱땡이에. 비루한 한 해였다.
그래도. 배웅은 해야지.
고생했어. 2016. 잘 가 2016.
안녕. 2016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