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싫은 주말 -
어제서야 결정됐다.
주말에 잔업하는 것.
가능한 시간을 여유로이 정해서 일단 퇴근하고 바로 바다로 Go.
숙소잡고 근처 구경하고. 한가돋게 지랄할 계획이였는데 무산되어 버렸다.
혼자 간다는 사실보다
바다한번 가는게 왜 이리 맘대로 안되는지 짜증났다.
문제라면 문제였던 것은.
이미 어젯밤에 짜증내며 마음을 그리 정했는데.
오늘 퇴근할 즈음이 되니 부장님이 "잔업 안해도 되겠다~"라고 한 것.
이미 마음이 뒤틀린지라
- 여전히 하나 틀어지면 아무것도 하기 싫다 -
그냥 회사에 틀어박혀 일 했다.
...혼자 가서 다행이지, 누군가와 약속했으면 크게 욕 먹었겠다 싶었다.
- 떠나는 건 내일 -
퇴근은 밤 10시즈음.
부랴부랴 집에와서 씻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
네이버에게 물어본 결과 포항 일출시간은 약 7시 30분...
여유롭게 가려면 약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될테니.
4시 30분 ~ 5시엔 일어나서 출발하는게 적당할 것 같았다.
기껏 갔는데 늦으면 아무의미 없고.
너무 빨리가면 낙동강, 아니다. 동해 오리알 될테니까.
한 새벽에 바닷가에서 할 일이 만무하고.
늘 자던 시간이 아니라그런지 바로 눈이 붙여지진 않았다.
아주 조금은 혼자 간다는데 미련이 남았던 것 같다.
이래저래 뒤척거리는데 휴대폰이 웅- 울렸다. 화들짝 놀라 휴대폰을 열었다.
확인결과, 메세지를 보낸 사람은 전혀 의외의 인물이였다.
- 추억 돋는 밤 -
보낸 사람은 상록이였다.
추억이 많이 떠오르는 밤이요.
보고 싶소 형님 ㅋ
아우가 갈 때까지 평안하시요.
처음엔 여자친구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줄 알았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어리석게도(..) 처음엔 그리 생각했다.
그래서 난 "얘가 여자친구랑 싸우기라도 했나..."하고 답장을 보냈다.
이윽고 온 메세지를 보고서야 추억의 주체가 나란걸 깨달았다.
편의점을 보니까 편의점에서 라면 먹던게 생각나고 ㅋ
길을 걸으니 야자 끝나고 데리러 온 날이 생각났어
앞으로 그렇게 같이는 잘 못 있겠구나 싶었음...
아아. 불현듯 생각났다.
나도 가진 것 없던 시절이였지만 야밤에 상록이랑 몰래 살금살금 나와서.
편의점에서 컵라면사서 구석에서 후루룩 먹었던 일.
그리고 이것저것.
몇년 전, 상록이 방에서 신세질 때 그런 이야길 나눈 적 있었다.
"이제 나이가 더 들면, 이렇게 형제가 같이 생활하는 게 점점 어렵지 않겠느냐"라고.
그래. 이제 실감난다.
이번 겨울 방학 땐 상록이가 처음으로 구미 내려와 있었는데.
몇달을 같이 지내다보니 처음엔 상록이가 서울 올라간 뒤에 미묘히 외롭더라.
내가 대학 간 이후부턴 서로 번갈아가며 바빠서.
요 근래엔 같이 시간 보낸게 참 적다 싶었다.
그래도 이렇게 쫓기고 힘들때.
형제끼리 추억할거라도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기도...
한편으론. 나도 요 몇일 너무 심란해서.
마음도 정리할 겸 내일 해 보러 가는 거였는데.
상록이 카톡보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상록아. 넌 정말 천하제일 동생이야.
그리고 우리 형제는 그야말로 천하무적이다!
지지말고 계속 열심히 달려보자꾸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