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 수 없는 여자 마음 -
카톡이 띠룽띠룽 울린다.
나이가 들다보니. 또 남자들만 우르르 있다보니.
이제는 친구들끼리도 꼭 필요한 이야기만 주고받아서 휴대폰이 울릴 일이 없다.
휴대폰을 좀 쓰다보면 진동만 가지고도 이게 카톡인지, 문자인지, SNS댓글인지, 전화인지 알 수 있는데.
그래서일까 진동이 낯설 때가 있다. 지금 이 타이밍에 어쩐 일로? 하는 느낌.
카톡이 띠로롱 띠로롱 울린다.
화면에 손가락을 얹고 아무렇게나 휙 저었다. 대기화면이 물결치며 흩어진다.
얼마전에 선? 소개팅을 했던 아가씨다.
살가운 성격은 아닌 듯. 또 유난스런 성격도 아닌 듯 해서. 대화자체가 길게 이어지는 일은 잘 없다.
누가 대화를 뚝! 끊어버리는 것도 아닌데 이야기하다보면 자연스레 이야기가 끊긴다(..).
그리고 몇일씩 서로 연락이 없이 지내는데.
종종. 주로 1주일 정도 단위로 이 아가씨한테 카톡이 뜬금없이 오곤 한다.
처음에 한두번은 내가 보냈었는데. 자연스레 끊기는게 몇번 반복되다 보니 '아, 이 사람은 내가 싫은가보군'하고 그만 보냈던 것.
...그런데 이후 뜬금없이 연락이 가끔 오는 덕에 어찌어찌 연결고리는 끊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를 시작하면 자연스레 끊기지.
처음엔 그런가보다 했는데. 비슷한 패턴이 3회정도 반복되니 문득 흥미가 일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근데 내가 머리 굴린다고 남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SNS에 글을 썼더니 이런 댓글이 올라왔다.
'어장관리? 연락이 먼저 오길 바라는 마음? 친구로 남고자 하는 마음? ㅋ'
음. 어디까지나 '여자보는 눈이 더럽게 없는' 내 기준으로 보기엔 어장관리 할 타입은 아닐 것 같다.
애초에 이렇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넘쳐나는 타입'은 연애보단 자기 인생이 더 중요하지 않나? 라는게 내 생각.
상대방이 내게서 연락이 먼저 오길 바라는 것도 설득력이 좀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런 이벤트를 기대할 정도로 그녀가 내게 호감을 갖고 있는가? 하고 물어본다면 역시 고개를 절래절래.
사람 속은 알 수 없다지만 일단 그런 느낌이 전혀 느껴지지 않으므로 이것도 가능성이 희박하다.
애초에 돼지놈 한번 만나고 호감 가질 이상한 여자가 어딨겠어.
그렇다면 마지막. 친구로 남고자 하는 마음?
이건 좀 그럴싸하다는 느낌이 든다. 고향친구A가 되는 것이려나.
어릴 때 소개팅이라도 좀 해봤다면 다양한 패턴을 익힐 수 있었을텐데.
불찰이 따로 없네.
그러고보니 누가 '소개팅 뒤엔 아는 사람만 한명 생긴거냐'라면서 동정해줬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없는 사람은 없는대로 발발대고 살아야지. 동정은 주는 대로 감사히 받고.
난 가진 사람이 뻐기면서 사는건 존중할 수 있다. 없는 걸 숨기면서 빌빌대며 현실 부정하는 사람은 비웃을 수 있듯이.
아아.
이성에 관한 별다른 이벤트가 없으니 이런걸로도 하루 일기를 때울 수 있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는 이성이 많다고 오해나 사고 있으니 내 이미지 메이킹엔 문제가 많은 것 같다. 으이구.
아. 누군가 마음에 돌을 던진듯, 살짝 마음이 붕 떴는데 그래도 마음은 착 가라앉았다. 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