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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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가 첫째 날 -


 오늘부터 휴가다. 8월 1일부터 4일까지 총 4일간.


 원래 이번주는 5일 근무주니까, 실제로 휴가는 오늘과 내일 이틀이지만.


 요 근래 메이트 테크에서 발주한 휴대폰 검사 장비 양산 작업을 했던터라, 회사는 굉장히 바빴다.


 이만한 양을 해본적이 없는건 아니지만, 비교적 단시간에 해내야 했기 때문에, 또 본격적인 양산은 드문일이라 좀 힘들었다.


 이 일의 수주가 결정되었을 때, 아버지께서는 사실 휴가를 미루고 싶어하시는 눈치였다.


 그럴 것이 이정도 규모의 수주라면 우리같은 작은 회사 입장에서는 놓치기엔 너무 큰 돈이였기 때문.


 하지만 이미 휴가는 결정된 상태였고(1~4일). 납기는 5일이였던터라 상황이 참 애매모호하기 이를데 없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일부 제품은 외주로 풀어보려고 했지만 단가가 맞지 않아 그마저도 실패.




 결국 회의시간에 사장님이 휴가 일정에 대해 직원들에게 질문을 하셨는데.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린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 일정이 잡혀 있었기 때문에 - 요샌 맞벌이가 많아서 휴가도 맞춰야 한다더라 -


 일정을 바꾸기 어려운 눈치였다.


 '회사가 일이 많은데 그깟 휴가 좀 미루면 안되나' 라는게 내 솔직한 감상이였고. 솔직히 화도 좀 났다.


 우리 회사는 어지간히 일이 많아도 내가, 나 혼자 커버하기 힘들면 사장님이 도와서 끝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은 잔업하는 일이 1년에 하루가 될까말까하다.


 물론 자동화 기계인 나와 달리 범용 머신을 다루는 사람들은 몸이 힘들고 고되다는 것 이해하긴 하지만. 그래도 왠지 섭섭했다.


 한편으론 가끔 민석이가 툴툴대며 '내 회사도 아닌데 내가 뭐하러!'했던 말이 떠올라서. 이해해야겠다. 싶기도 했고.




 

 결국 휴가는 기존대로 가기로 결정. 대신 열심히 일해서 납기를 맞추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올해 여름 휴가는 패스하기로 했다.






 ...까지가 지금 상황이였는데. 너무 열심히 했는지 어쩌다보니 휴가 전에 대충 일이 마무리됐다.


 아주 끝나버린건 아니지만 그래도 예상보다는 일찍 진행된 것. 의외로 나는 성실하고 일을 잘 하는지도 모르겠다(푸하하).


 어쨌거나 사람들은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휴가를 갔고, 나랑 영우만 오늘 출근해서 일을 했다.


 사실 나도 굳이 출근할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영우가 오늘 출근하기로 해서...


 영우는 아내 휴가가 2~5일이라, 이에 맞춰 휴가를 변경해달라고 사장님께 부탁 드렸고, 


 영우가 저 말을 꺼낼 당시엔 어차피 휴가 때까지 일을 끝내지 못할거라 예상하신 사장님이 수락 하셨던 것.


 상황은 바뀌었지만 이미 휴가 변경은 승인됐으니, 영우는 오늘 출근. 


 ...그리고 덩달아 나도 출근.





 어쨌거나 출근해서 그간 진행해오던 일들을 마무리 하며 시간을 보냈다.


 혼자 일할 때는 잘 못 느꼈는데. 둘이 있으니까 이상하게 공장히 한적한 느낌이 들었다. 왜 그렇지?


 혼자 있으면 적당히 뭐든 하면서 시간을 때우는데 둘이 있으면 그게 힘들어서 그런가.





 어쨋거나 둘이 꿈틀꿈틀 대며 일을 했다.






 - 영우 -


 우리 회사엔 베트남 사람이 한 명 있다. 원래 이름은 '융'이라고 하는 것 같지만, 한국 이름으론 '영우'라고 한다.


 아무래도 이쪽이 더 부르기 쉽다는 이유로 쓰는 것 같다. 


 한국에 건너온지는 4년째. 우리 회사에서 근무한지 이제 1년하고 2개월 정도 됐다.




 나이는 나랑 동갑이지만, 처음 입사했을 때 나보다 한살 어리다고 사기쳐서 이미 형. 동생으로 관계가 굳어져 버렸다.


 나중에 이유를 물어보니 '한국에서는 동생이 편하기 때문'이라나 어쨌다나.


 처음 갓 입사했을 때 이름을 외우기 어려웠기 때문일까, 대부분의 사람을 직위로 부른다. 박부장. 김과장. 이대리, 김대리 등등.


 다행히 성과 직위가 겹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도 없고.


 아마 지금쯤은 이름을 다 외웠을 테지만. 이미 부르던 호칭이 입에 익어서일까. 그냥 직위로 부른다.


 다만 나한테만큼은 '힘쎈 형'이라고 부르는데, 이건 내가 (덩치가) 건강하기 때문에 이리 부르는게 아닐까 싶다.


 



 재작년에 한국에서 결혼을 했다. 한국에서 일하면서 만난 아가씨라고 한다.


 구미에서 결혼을 했는데, 당시 베트남 친구들이 100만원인가 200만원을 축의금으로 모아서 줬다고 한다.


 가끔 지켜보면 베트남 사람들끼리의 단결력이 정말 무시무시하다.


 난 호주에 있을 때도 한국 사람들이 반갑긴 했지만, 저정도로 뭉쳐다니진 않았던 것 같은데.


 어쨋거나 결혼하고 바로 아이를 가졌고. 아내는 베트남으로 귀국해서 출산, 얼마전에 다시 한국에 들어왔다.


 아이는 부모님이 길러주시고 있다고 한다.




 아내는 내년에 다시 베트남으로 귀국, 영우는 2017년 정도까지는 한국에서 일할 계획이라고 한다.


 3달에 한번, 아이의 분유와 모은 돈을 송금하곤 하는 것 같다. 친구들과 어울리긴 하지만 그리 방탕하진 않은 듯.


 그뿐 아니라 내가 호주 있을 때 생각해보면 이녀석은 굉장히 똑똑한 것 같다. 어눌하긴 하지만 의사소통에도 문제없고 말이야.


 


 저렇게 아둥바둥 열심히 사는 걸 보면 왠지 모르게 나도 힘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진 것의 소중함은 모르고. 못 가진 것에 대해,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남들에게 괜히 열폭하며 살지 않았나 싶다.








 다만. 한국어를 이 바닥에서 배웠기 때문일까. 


 모르고 들으면 참 싸가지 없는 멘트들이 문제라면 문제.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