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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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가 둘째날 -


 아버지께선 오늘 그간 가공했던 제품을을 가지고 천안으로 납품을 가셨다.


 처음 방문했던 천안은 그저 휴가 나왔을 때, 혜진이가 있던 도시였을 뿐인데 이렇게 자주 얽힐줄 몰랐다.


 이후 '추억의 도시' 정도로 마무리 되어. 다시는 그 땅을 밟을 일이 없을거라 생각했었는데.


 정작 취직하고 나니 주 거래처가 죄다 천안에 몰려있을 줄이야. 사람 일 정말 알 수 없다 싶다.




 어쨋거나 난 제법 한가했다. 같이 갈까 싶기도 하셨지만 아버지께선 혼자 가시겠노라 했다.


 납품 뿐 아니라 오후에 회의도 있다고 하시더라. 듣자하니 이번에 생산한 제품이, 올해내로 약 50라인 정도 증설된다고 한다.


 삼성에서 휴대폰을 많이 팔긴 많이 파는가보다. 이렇게 깎아대도 턱없이 부족한걸 보면 말이야.




 원래는 휴가를 못 갈 예정이였기 때문에 


 어머니께서는 휴가때 구미에 오기로 했던 상록이에게 '올 필요 없다'고 연락했던 것 같지만.


 어찌어찌 일정이 변경됨에 따라 상록이한테 다시 '가능하면 내려와라'라고 한 것 같다.


 오랬다가 말랬다가 귀찮을 법도 하지만 오늘 저녁에 구미 도착한다는 카톡 메세지를 휴대폰이 벌벌 떨며 알려줬다.




 결국 휴가는 당일치기로 결정. 아버지께서 적극 추천하신 '문경'의 쌍용계곡에 가기로 했다.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운행되는 차는 내 QM5. 당연히 운전자도 나. 


 아버지께서는 '나도 휴가가서 소주 한잔 할거야!' 라고 하시면서. '이만큼 키워놨으니 이제 니가 운전해라!' 고 하셨다.


 일리 있다. 혼자서는 제법 먼 곳 까지 다녀와봤지만, 가족들을 태우고 가는건 처음이다.





 ....일단 그런고로. 세차 및 정비를 위해 집을 나섰다.




 엔진 오일을 갈고, 타이어 유압을 체크하고, 고장난 라이트를 갈고, 시동이 불안정해서 배터리도 갈았다.


 아버지께서 형곡동에 있는 삼성 카 센터를 추천해주셨는데, 카센터 뭐 다른게 있겠나 싶어 집 근처의 늘 가던 곳에 갔다.


 모닝때는 기대 이상으로 꼼꼼히 신경써줘서 자주 가던 카 센터였는데. 뭐랄까 QM은 좀 어딘가 불안불안하다고 해야하나....


 삼성차가 규격이 독특해서 정비하기 귀찮(어려운게 아니고 귀찮)다고 듣긴 했는데. 영 불안했다.


 오일이나 배터리 가는거야 일반적 정비니 별 문제 없었지만, 배기구 있는 배출가스 제어 장치의 정비는 결국 만져보다 패스하기로 했다.


 에이. 그냥 삼성 카 센터 갈걸. 싶기도 했지만 이제와서 어쩌겠어.


 주행엔 별 문제 없다고 하니 나중에 삼성 카 센터 가서 배출가스 제어 장치만 손 봐야 겠다.


 그리고 수리비는 무려 205000원. 이.십.만.오.천.원. 엔진오일 가는데 10.5만, 배터리 교환하는데 10만원이 들었다.


 모닝때는 다 합쳐도 10만원도 안들었는데... 확실히 차가 비싸지니 부가적으로 드는 돈이 무지막지하게 커졌다.


 지난달에 낸 자동차 보험료 90만원이랑 세금, 환경보전세(디젤 차라서 부과된다나 어쨌다나) 등등이 생각났다. 요 근래 차에 쓴 돈이 얼마야!!


 특히 세금이나 보험은 당장 나가는 돈은 큰데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없으니 도둑맞는 기분이 든다. 쳇. 쳇.




 그리고 세차를 했다. 


 그래도 부모님이 내 차를 타시는데, 차가 더러워서는 넌센스니까.


 처음엔 셀프 세차로 어찌어찌 하려고 했는데. 몇분간 청소기를 들고 끙끙대다가 도저히 더러워서 포기.


 그냥 전문 세차점에 맡겼다. 돈이 좀 들더라도 이럴 땐 프로한테 맡기는게 답이지.


 원래 가던 세차장은 너무 밀린 차가 많아서 포기. 휴대폰으로 검색해가며 근처의 세차장을 찾아다녔다.


 평일 낯이라 그런지 의외로 제대로 영업하는 세차장이 적어서 찾느라 고생했다. 하지만 의외로 세차장이 많아서 놀라긴 했지.


 도량동. 원호. 봉곡동 세개 동네만 합쳐도 10개가 넘더라고. 지나다니면서 한번도 본 적 없는데 세차장이 그리 많아서 정말 놀랐다.


 결국 봉곡 도서관 근처의 세차장에 차를 맡겼다.


 한시간 정도 걸릴 거라고 해서 오랫만에 도서관이나 가볼까.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여름이라 참 더웠다.






 - 도서관 -


 도서관은 오랫만이다. 


 가끔 일요일에 들릴 때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기억나는건 취업 준비생때 민석이랑 자주 들락거리던 때다.


 그래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상황의 친한 친구가 있어서 어찌어찌 버텨냈던 시기였던 것 같다.


 당시의 나는 지금처럼 쇠를 깎고 있을거라 생각하진 못했겠지만...


 여전히 도서관엔 사람이 많았다. 평일인데도 열람실엔 뭔가 책을 펴들고 공부하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저 멀리 익숙한 얼굴이 하나 보였다.


 분명 동창인데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다. 복장이며 자리를 꾸며놓은 폼새가, 하루이틀 도서관에 온 솜씨가 아니다.


 프로 열람실 거주인! 이 아닐까. 어떤걸 공부하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아는 척은 하지 않았다.


 마주친다고 해서 별로 좋아할 리 없겠지. 게다가 이름도 기억나지 않고.


 고생이 많다.




 서고로 가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탐정클럽'이라는 책을 한권 꺼내들었다.


 예전에 여기서 '누가 그를 죽였나'라는 책을 읽고, 그 작가한테 매료되어 그 작가 책을 미친듯이 읽은 기억이 난다.


 대부분 읽은 책이였지만 저 '탐정클럽'은 생소했던터라 꺼내들었다. 책도 얇아 한두시간 읽기에 딱 좋을 것 같다.


 간만에 도서관. 간만에 독서다.





 다 읽고 시계를 보니 대략 1시간 20분 정도가 지나있었다. 시간 때우기 딱 좋았군.


 세차장에 가서 차를 찾고, 길을 나섰다.






 - 설국 열차 -


 저녁에 민석이를 만나기로 했다. 


 요 근래 금욕적인 생활을 한 터라 민석이 본 지도 오래됐다. 다이어트 그까짓게 뭐라고. 젠장할.


 어쨋거나 요 근래 조신했으니, 휴가를 핑계삼아 술 한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에 이야기가 나와서 한잔 하자고 했다.


 약속시간은 저녁. 대략 두세시간이 비길래 영화를 보러 갔다.




 선택한 작품은 요즘 다양하게 조명받고 있는 '설국열차'. 과연 어떤 영화일까. 기대하며 봤다.


 그리고 뭐랄까.... 킹왕짱 재미 없었다. 요 근래 본 영화는 대부분 재밌어서 극장을 나설 때 불만이 없었는데.


 이 영화는 진짜 재미없었다.





 잠시 휴대폰 앱을 뒤져보니 '멍청한 놈들은 영화에 담긴 의미도 모른채 재미없다고 한다'라는 리뷰가 보였다.


 아. 그러셔. 넌 숨겨진 의미를 깨닫고 정말 재밌었나 보구나.


 근데 예술 영화도 아니고 상업 영화라면, 숨겨진 의미도 좋지만 관객을 즐겁게 해야 할 요소도 있어야 하는거 아니냐.


 라고 속으로 툴툴댔다. 물론 댓글을 적진 않았다. 귀찮기도 하고. 싸움이라도 붙으면 피곤하다.


 시계를 보니 약속시간이 코앞이다. 






 - 막걸리 -


 술 마시는건 꽤 오랫만이다. 한두달은 된 것 같다. 


 처음엔 걱정했는데, 의외로 금욕적인 생활도 잘 참더라. 기특하다 나.


 덕분에 민석이 만나는 것도 오랫만이다.




 뭐 먹지 고민하다가. 전에 갔던 막걸리 집에 갔다. 날이 더우니 왠지 막걸리가 시원할 것 같았다.


 원래도 죽어라 마시는 편은 아니였지만, 오랫만이라 그런지. 더워서 그런지. 아니면 배가 불러서인지 별로 마시진 못했다.


 민석이랑 둘이서 소소하게 막걸리 두병 마시고 헤어졌다.


 민석이는 더 놀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왜일까 술을 조금 마시니 잠이 너무 왔다.


 모르긴 몰라도 요 근래 피곤했던 걸까.





 그래도 즐거웠다. 


 별달리 한거 없이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일기는 이렇게 길게 쓸 줄이야.


 오랫만에 써서 의욕이 넘치는걸까. 아니면 생각이 많았던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