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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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인연들은 비슷할 때 날 기억하다보다 -취향 한번 독특하군 -


 요즘은 양산 제품을 생산하는지라 한가하다. 어차피 일은 기계가 다 하는걸.


 내가 하는 일이라곤 최초에 가공할 수 있게 공구나 작업 위치 등을 셋팅해주는 것과 기계가 움직이도록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것 뿐이다.


 이후엔 기계가 시키는대로 반복 동작을 꾸준히 실행해서 제품을 차곡차곡 만들어낸다.


 덕분에 한가하구나. 하암.




 

 하고 있는 찰나 메일 알람이 띠링띠링.


 정선씨한테 메일이 왔다. 어제 영란이 만났던 생각이 나서 '이것도 징크스인가'하고 생각했다.


 일기 제목이 '옛 연인'이 아니라 '옛 인연'인건 정선씨랑은 연애한 적은 없으니까.


 


 돌이켜보면 이 사람은 내 여성 불신의 최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데. 


 상대가 호감을 보여줬음에도 내가 너무 당황하며 급작스레 밀어내서. 지금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한편으론 조금만 더 천천히 다가왔으면 좋았을 것을. 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아니, 어쩌면 호감을 갖지 않았다면 아직까지 말 잘통하는 좋은 메일 친구로 남아 있을 수도 있는데. 하고 아쉽기도 하고.


 좋아한다거나 사랑한다는 감정은 결국 끝을 예정해놓는 것 같아서 아쉽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어쨋거나 그 때 이후 폰도 바꾸고 번호도 바꾼 듯 해서 


 뭐하고 사는지 전혀 몰랐는데. 이렇게 가끔씩 밑도 끝도 없이 메일이 온다.


 주로 '자신이 멘붕'일 때 메일을 보내곤 하는데. 역시나 내용은 10%의 안부 묻기와 멘붕에 대한 이야기가 한가득.


 답장은 메일을 읽고 해야겠다. 싶을 때만 보내곤 한다. 




 오늘의 메일은 '더위'와 '동거'에 대한 이야기가 한가득했다.


 읽어보자니 단순히 주위 사람들과 '동거'에 관해 논쟁을 하다가 결론이 나지 않아서 나한테 막 이야기 한 듯 했다.


 지들 좋은대로 하면 되지. 그깟 걸로 논쟁할 게 있나. 하고 생각하긴 했지만. 내 의견을 묻길래 순순히 답장을 써서 보냈다.


 동거는 솔직히 여자한테는 마이너스 요소인 것 같다.


 그렇게까지 연애해야 할 필요성은 못 느낀다. 대충 이런 맥락으로 답장을 보낸 것 같다.




 연락처도 뭣도 아무것도 모르지만. 이렇게 뜬금없이 뚱뚱 나타나는 메일은 반갑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정선씨는 어떨지 몰라도 내 입장에선 연인이 아니였던 덕에 그냥 오랜 친구 만난 기분이 든다.


 그냥 굉장히 반가웠다.





 저녁 늦게 짧게 답장이 왔다.


 나의 말투는 여전하단다. 나의 말투는 여전히 사랑스럽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나한테 '말빨', '얼굴빨' 등의 평생 다시 못들을 명언을 남긴게 이 사람이였지.


 스스로 자신을 '금사빠'라고 소개했던터라 지금쯤은 다른 사람을 좋아하거나 연애하고 있을거라 생각해서 좀 놀랐다.


 무슨 생각으로 쓴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들어서 기분 나쁜 말은 아닌지라 그냥 웃었다.





 ...그리고 답장은 하지 않았다.


 잘 지내고. 또 언제고 머리가 아프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하면서 메일 써 줘요.


 반가웠어요.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