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2004.01.20 23:53

[2004/01/18]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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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눈이 내렸다. 날씨가 조금 쌀쌀해 졌나보다.

작년엔 눈이 많이 와서 잘 몰랐는데,

요즘같이 따뜻한 겨울 날씨에 쌀쌀한 바람과 눈은 제법 낭만있는

풍경이 되어서 세상을 덮고 있었다.

뭐. 근처 도시인 대구에는 우울하게 비만 내렸다고 하지만 말이다.


오랫만에 혜진이를 만났다.

은영이랑 사귈 때는 시간이 생기면 주로 은영이랑 시간을 보낸 편이라서,

친구들이나 아는 동생들을 잘 못 만나곤 했는데,

요즘은 그래도 좀 여유가 생겨서, 시간이 되면 종종 만나곤 한다.

학교 후배들도 가끔 시간내서 보고 싶긴 한데, 걔네들은 대구에 사는데다가.

마땅히 시간 내서 얼굴 볼만큼 친한 후배도 없어서. 잘 못 보게 되더라.

심야 영화 보고 싶다고 해도 아무도 안봐주고 말이야(웃음).

뭐. 그래도. 여러 사람 만나는 것에 나름대로 재밌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이게 그렇게 원하던 자유로운 생활이냐고 하면. 사실 그건 잘 모르겠다.

예전과 달리 사람 만날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골라서 만나야 하는 것도 아니고, 마땅히 돈을 많이 쓰는 것도 아니고.

일일이 하는 행동에 잔소리 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런거 다 손해 보면서도 안정이라는 것을 주는게 여자친구이긴 하나보다.

라는 생각을 종종한다.

무척 한가할 때는 이게 외롭다는 거구나. 하고 생각하곤 하니까.


뭐. 하여간. 지금 생활도 썩 나쁘진 않으니까. 이런 이야긴 접어 두고.

시내에서 대충 밥을 먹고 요즘 근황 이야길 하면서 같이 집에 가는 길에.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계속 눈이 예쁘게 내려 주고 있었다.

굉장히 예쁜 눈이 내리는 밤에, 여자애랑 길을 걷고 있는데도, 왠지 의외로.

아까 생각했던, 연인들이 길을 걷는 느낌보다는. 엉뚱한 생각이 머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아니. 기억이 머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눈이 정말 많이 왔다.

야간 아르바이트 생이 오지 않아서 나는 조바심에 쌓여 있었다.

곧 버스 마지막차 시간이 다가 오기 때문이였다.

야간 아르바이트 생은 20분이나 지각해서 도착했고, 나랑 은영이는 짜증내면서

정류장으로 뛰어갔다. 눈이 많이 와서 차들은 서행중이였고.

도로는 차들로 가득차 있었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마지막 차가 갔는지도 알 수가 없었고 말이다.

뭐. 눈발을 헤치며 우여곡절 끝에 우린 홍식이 집에 도착했고.

홍식이랑 민식이, 나랑 은영이는 안주를 사고, 만들고 해서.

밤새 술 마시면서 재밌게 놀았다.




문득 걷고 있으니 작년 이맘때 생각이 났다.

내가 건성으로 대답해서인지 혜진이도 별 다른 말 없이 그냥 가고 있었다.

무슨 생각 하냐길래 예전 생각 하노라고 나직히 대답했다.

음. 뭐. 추억이다. 생각하면. 웃음짓게 되는 추억.



영원히 묻어두게 되고. 일기에도 이런거 쓰지 않게 되도록.

독해 지는게 아니라. 완전히 잊을 수 있게. 그렇게 되야 겠다.

는 생각을 늘 하게 되고. 다짐하게 된다.


아. 오늘 밤도 제법 쌀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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