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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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실 명절 분위기가 나진 않습니다 - 


 토요일이자 연휴 첫 날... 


 이라고 해봐야 평소의 일요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렸을 때라면 친척들과 모여서 노는것에 대한 기대감이 한 껏 부풀어있을테고.


 이미 오전에 북작북작 짐을 챙겨 떠났겠지만, 지금은 우리집을 포함해 그 어느 집도 전날에 큰 집엘 가지 않는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그 다음해. 늘 하던대로 연휴 첫날에 큰 집에 올라갔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할머니께서 돌아가시자마자 아무도 명절 전날에 오지 않았었다. 당일 새벽에 하나둘씩 모여서 제사, 성묘만 하고 헤어졌을 뿐.


 이에 홀로 전날에 가셔서 온갖 제사상을 준비하신 어머니께서도는 당연히 반발하셨고, 


 아버지께서도 처음엔 '해야할 도리'에 대해서 말씀하셨지만, 결국 어머니 손을 들어주셨다.


 실제로 어머니께서는 20대 초반에 시집오신 뒤로 근 30년 동안 한번도 빼먹지 않고 집안일에 앞장서 오셨던터라...


 어쨋거나. 이런 사정을 거쳐. 결국 우리집도 명절 당일 아침에 올라가게 됐다.




 뭐랄까. 어릴 땐 굉장히 좋아했는데 말이야. 명절.


 어릴 땐 굉장히 좋아했는데 말이야, 친척 형 누나들이랑 술마시며 하하호호 떠드는 거.


 이젠 그런 자리도 생기지 않을 뿐더러. 이런저런 일 겪으며 나 자신도 많이 정이 떨어졌다.


 이리보니 서글프네.




 민족의 대 명절. 추석인데 말이야...






 - 가족끼리 보냅니다 - 


 오늘 아침엔 부침개나 산적, 동그랑땡 등 제사음식이 반찬으로 나왔다.


 이게 뭔지 물어보니, 명절 분위기가 하도 안 나서, 분위기나 내 볼까~ 하고 어머니께서 만드셨댄다.


 산적은 상록이가 어제 잘라서 이어 붙였다고 하니, 어제부터 생각하신 것일테지.


 


 큰집에 큰어머니께서 워낙 요리 실력이 출중하셔서.


 어렸을 땐 큰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이나, 큰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제사음식이 너무 좋았다.


 물론 지금은 위에 언급한대로 일손도 마땅히 없고.


 장손형님이 형수 호보차원에서 제안한 '제사 음식도 사서 할 것'이 채택된 이후에는 제사 음식이 학교 급식 같아졌다.


 뭐. 상황이 상황인지라 별 수 없지만. 예전에 먹었던 맛 생각하면 아쉽기 그지없다.




 ...랄까. 간만에 맛있는 제사음식 먹어서 너무 좋았다.


 엄마 나이스!






 - 한 잔 하고 싶어서 민폐 끼쳤습니다 -


 뭐. 사실은 명절 당일에 큰집에 다녀오는 터라 일정이 애매모호하고. 


 설사 내일 시간이 되더라도 '오늘도 보고, 내일도 보면 되지~'하고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오늘은 술 마실 곳이 없었다. 같이 마셔줄 사람이 없더라구.


 아아. 한잔 하고 싶은데. 투덜투덜. 


 친구라도 폭 넓게 만들어두거나, 여자라도 하나 꼬셔둘걸 그랬어. 생각없는 애로.


 


 저녁엔 가족끼리 새마을 식당에 가서 소고기를 구워먹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면서 하하호호 웃고 떠들었다.


 명절을 즐기는 가족단위가 살짝 작아진 듯도 하지만 뭐 어떤가. 우리 가족끼리라도 잘 지내자.


 이 와중에도 술이 고파서 민석이한테 낚싯줄을 던져봤는데. 낚일듯 말듯하다가 결국 미끼를 물지 않아버렸다.


 음. 좀 더 좋은 미끼를 써야 했으려나.




 뭔가 술이 굉장히 먹고 싶었는데.


 예전이라면 모를까. 구미바닥에 친한 친구가 셋이나 있는데. 술이 먹고 싶은데! 술 먹을 사람이 없다는게 조금 서글펐다.


 그래. 어찌됐건 마시면 장땡이지. 하고 눈앞의 동생에게 눈을 돌렸다.


 니가 나랑 어울려줘야겠다 욘석아.




 상록이는 똑똑한 애다.


 누가 봐도 착한 동생이지만 사실 그렇게 순종적이지는 않다(푸하하).


 늘 좋아보였지만 우리 사이에도 갈등이 있던 시절도 있었고, 눈치보던 시절도 있었고. 뭐 그랬던 것 같다.


 그래도 1년에 한두번은 술을 핑계삼아 속 이야기를 나눠야지. 그래야 곪지 않지.


 그래서 그냥 술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그래. 마셨으니까 됐어. 싱난다.





 추석 첫째날이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