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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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략 2010년 즈음의 어버이날 -


 대략 2010년 즈음.


 당시의 나는 졸업 후 잉여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우여곡절 끝에 범서테크에 입사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곧바로 취업해서 낙하산이라는 비아냥 들어가며 일 배우긴 싫었던 차에,


 민석이가 취업 사이트에서 국비지원 MCT 교육과정을 찾아줬고, 


 '이거다! 싶었던 나는 바로 취직해서 배우는게 나을거라는 부모님을 설득해 해당 교육을 받으러 서울에 갔었다.


 인천 실 거주인만 대상이 되는 프로그램이였으나,


 친구집에 산다고 서류를 위조(..)하는 등 별의 별 뻘짓을 다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는 상록이 자취방에 3일동안 얹혀 살았었지.



 

 당시의 나는 취업 문제로 예민하기 그지없어서 교육과정에 필사적인 상태였고.


 당시의 상록이는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음에도 학점이 맘대로 되지 않아 예민한 상태였다.


 지금 생각하면 서로 예민함을 부딫혀가며 해결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기는 하지만..


 어쩄거나 서로 본능적으로 본인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걸 알았는지, 그다지 마주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냈다.


 거의 잠들기 직전에나 만났던 듯?


 그렇게 약 두어달이 지나고 나서야 형제가 이번 주말에 한강에 나가 맥주 한잔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집에서 간단하게 안주 - 아마 비엔나 볶음 - 를 만들어서 도시락으로 싸고, 맥주를 조금 사서 한강변으로 나갔다.


 드디어 자리를 펴고 맥주를 쨍- 하려던 찰나.




 휴대폰에 전화가 왔다. 어머니셨는데 왜일까 굉장히 화가 나 계셨다.


 영문을 몰랐던터라 이유를 물어보려 했는데, 채 묻기도 전에 어머니께선 전화를 끊어버리셨다.


 그리고 잠시 후. 형제가 머리를 싸매고 나서야 깨달았다.


 아. 그날은 어버이날이였던 것이였다. 형제가 같이 살면서도 어버이날에 안부전화 한번 하지 않았던 것.


 결국 우리는 맥주와 비엔나 볶음을 처분해 버리고 급하게 방으로 돌아왔다.


 도중에 어머니께 계속 전화연결을 시도해봤으나, 화가 많이 나셨던지 도통 받지 않으셨다.




 결국 밤에 상의한 결과. 5월 9일날 아침 상록이가 구미에 내려갔다.


 둘다 가면 좋았겠지만 10일이 용돈일인 우리 둘에게 있어 9일은 가난함의 절정이였던터라(..).


 대표로 상록이만 다녀왔다.


 다행히 상록이의 깜짝 방문으로 어머니의 분노는 삽시간에 가라앉았고, 이후엔 알아서 어버이날을 잘 챙기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러니까 비싼 선물을 하니 어쩌니 하는게 아니라. 일찌감치 안부전화라도 꼭 드린다는 뭐 그런..





 - XT -


루리웹 베스트 게시물을 보다보니 286컴퓨터 신품 개봉기가 있었다.


 286이면 진짜 옛날껀데.. 나 국민학교 3학년 즈음인가, 386에 하드디스크 딸려 나오는 것만 해도 엄청 신세계였다고!


 아닌가. 하드는 486부터 딸려 나왔던가. 음... 386이 맞는 것 같다.


 386, 486이 어쩌고 하니 뜬금없이 삼국지5가 하고 싶네.. 당시로는 되게 획기적이였는데.




 어쨌거나. 그 글을 보면서 문득 생각해보니.


 나... 나는 286보다도 더 전인 XT를 써 본적이 있는 것 같다.


 투박하기 그지없는 녹색화면의 흑백 모니터와, 5.25인지 부팅 디스켓을 넣어야 컴퓨터가 켜졌던..


 지금 생각하면 지식이 전무했던터라 게임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요즘이야 프로그램의 구현방법을 몰라도 접근하기 좋게 구성되어 있지만(이를테면 윈도우?)


 그때만 해도 프로그램을 실행하려면 해당 경로로 일일이 찾아가서 일일이 프로그램명을 입력해서 실행해야했다.


 결국 당시의 컴퓨터는 내게 있어 '페르시아의 왕자'나 '고인돌'을 돌리는 셔틀일 뿐이였는데..


 


 지금 생각하니 당시의 컴퓨터는 꽤 고가였다.


 게임기나 장난감에는 인색하기 그지 없었는데도, 컴퓨터는 사주셨던 것 보면.


 뭔가 아들에게 더 좋은 것들을 보고 겪게 해주고 싶어하셨던 것 같다.


 그때만 해도 한두달이 멀다하고 이사다니기 급급할 때였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왠지 모르게 286 개봉기를 보고 있다니 혼자 마음이 짠해왔다.






 - 2015년의 어버이날 -


 별 다를것 없이 축하드리고, 마음이 담긴 현찰(..)을 드리며 훈훈히 보냈다.


 비록 부모님이 해주신 것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액수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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