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를 보다 -
여러가지로 힘든 한 주였다. 뭔가 자꾸 급하다고 닥달하니 더 일하기 싫었던 한주였던 듯.
물론 이 일기를 쓰고 있는 나는 미래인(..)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큰 시련이 닥칠 것을 알고 있다.
그 시련(..)마저도 끝내고 모처럼 짬을 내서 일기를 쓰고 있는 것이지만..
어쩄거나 당시의 나는 이번 주말은 어떻게든 쉴거라고 마음 먹고 있었다.
실제로 할 일은 좀 있었지만 과감하게 사장님과 박부장의 권유(..)를 무시하고 있는 힘껏 늦잠을 잤다.
점심 무렵까지 뒹굴댄건 좋은데.. 이게 또 괜히 마음이 불안하다. 해야할 일이 남아 있기도 하고..
몹쓸 편집증 비스무리한게 있어서 뭔가를 마무리 짓지 않으면 찝찝하다.
쉬어도 쉬는게 아니야..
예전에는 평일에 죽자살자 하고
주말에 서울에 가는 라이프를 즐겼는데. 생각해보면 그때가 좋았다.
(물론 몹쓸 편집증 때문에 당시에도 평일에 한새벽까지 일을 해서라도 다 끝내긴 했었다)
일단 구미를 벗어나 있기 때문에 누가 뭔 소릴 해도(하물며 대 삼성이라해도!) 무시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일단 구미에 있고. 별달리 약속도 없는 잉여로운 인생이라
- 유부남은 주말에 만나면 안된다는 나 자신의 룰이 있다 - 뭔 일이 생기면 회사로 쪼르르 가게 되는 것.
뻥을 치면 되긴 하는데. 또 거래처 일에 대해 뻥 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실제로 '피치 못할 일'이 있기를 바라지만. 아아. 내 인생 한가하기 그지없다.
어쨌거나 그런고로. 느지막히 점심에 기상한 나는 고민에 빠졌다.
집에 있긴 싫어. 근데 나가자니 갈 데도, 만날 사람도 없어.
그렇다고 일부러 누군가를 불러내긴 싫고, 친한 인간은 유부남이거나 내가 필요할땐 쓸모없는 인간들 뿐.
아. 젠상. 괜히 곱씹어 보내 내 인생 완전 불쌍하네?
평소라면 잉여로울때 회사라도 놀러갔겠지만. 오늘만큼은 회사 근처에도 얼씬하기 싫어!
우짠댜...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결국 별다른 뾰족한 방법도 없었던 터라. 영화를 보기로 결정했다.
검색해보니 '매드맥스'라는 영화가 평점이 참 높다.
네이버 평점에 엿먹은 적이 몇번 있어 조금 고민했지만, 일단 제목은 기억해 둔다.
오. '악의 연대기'.. 이건 손현주가 런닝맨에 나와서 알고 있다.
그러고 보면 예능에 나오는게 홍보 효과가 있긴 있구나.
둘중 뭐볼까... 고민하던 차에. '매드맥스'를 추천받았다.
시놉시스만 봐서는 액션에 가까운 것 같은데... 알고 보면 예술영화인가? 하고 갸우뚱했다.
시끄러운 곳을 싫어해서 스포츠도 집에서 본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 극장에도 잘 다니는가보다.
아. 혼자서 극장가는게 너무나 익숙하고 자연스러워진 자신에게 살짝 자괴감이 든다(..).
딱히 불만 있는건 아니지만 좀 그렇네.
극장을 가서 상여시간표를 살펴봤다.
어차피 할 것도 없다 싶어서 '매드맥스', '악의 연대기' 두 편을 모두 예매했다.
먼저 본 것은 매드맥스.
- 미친 맥스는 의외로 평범해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음) / (영화 내용 그대로 믿으면 바보 멍텅구리)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너무 기대하고 봤다.
그리고 잘못된 선입관 때문에 영화 볼땐 좀 그랬다.
개인적으로 매드맥스를 한줄 요약하면 '켄시로 없는 북두의 권'.
근데 북두의 권은 80년대 만화잖아. 요새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테니 알기 쉽게 시청각 자료를...

"세계는 핵무기 화염에 휩싸였다!"

바다는 마르고 땅은 갈라지고... 모든 생명체가 멸종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인류는 멸망하지 않았다!


세상은 다시 폭력이 지배하는 시대로 변했다.
이는 북두의 권 1권 1~4페이지에서 발췌한 것.
매드맥스도 거의 똑같다. 악당을 패션 스타일도 그렇고. 배경도 거의 똑같다.
사실 영화 초반부엔 이렇게 똑같이 갖다 써도 되는지 의아했을 정도.
그와 별개로 영화 자체는 굉장히 재밌었다.
제목이 '매드'맥스 였고, 캐치 문구도 '더 미친 놈이 살아 남는다'라서
맥스가 얼마나 미친짓을 하는지가 감상 포인트였는데..
의외로 맥스는 상식인이였다. 딱히 미친짓은 하지 않았던 것 같아...
네이버에 검색하면 시놉시스가 이렇게 나온다.
세상이 멸망하면서 누가 미친 건지 알 수 없어졌다. 나인지 이 세상인지..”
핵전쟁으로 멸망한 22세기. 얼마 남지 않은 물과 기름을 차지한 독재자 임모탄 조가 살아남은 인류를 지배한다.
한편, 아내와 딸을 잃고 살아남기 위해 사막을 떠돌던 맥스(톰 하디)는 임모탄의 부하들에게 납치되어 노예로 끌려가고,
폭정에 반발한 사령관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는 인류 생존의 열쇠를 쥔 임모탄의 여인들을 탈취해 분노의 도로로 폭주한다.
이에 임모탄의 전사들과 신인류 눅스(니콜라스 홀트)는 맥스를 이끌고 퓨리오사의 뒤를 쫓는데...
끝내주는 날, 끝내주는 액션이 폭렬한다!
...라고 하는데. 알고보면 이렇다.
이 황량한 세상에 자원을 갖고 있던 임모탄이
자신을 배신한채 달아다는 여인들을 되찾기 위해 산넘고 물건너 쫓아가지만
다른 놈팽이한테 처참히 당한채 자신의 근거지마저 빼앗기는 영화다.
결국 그는 자신의 아이도. 사랑했던 여인들도. 자신의 근거지도. 모든 것을 잃고 죽고 말았다.
임모탄의 시점에서 보면 이토록 참혹하고 슬픈 영화가 아닐 수 없다(믿으면 바보).
시간이 안 맞아서 그냥 2d로 봤는데, 3d로 봤음 더 좋을 뻔 했다.
그리고 시간이 나서 검색해보니. 이 영화는 시리즈 물이였다(..).
게다가 첫번째 영화는 무려 70년대 후반 작품. 애초에 북두의 권이 이 영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였다.
영화라도 재밌었으니 망정이지, 재미 없었으면 '북두의 권 설정이나 갖고와서 이따위 영화를 만들다니!'하고 신나게 깔뻔했다.
시리즈 영화였구만 흠흠.
- 악의 연대기 -
이어서 본 악의 연대기는 무난한 한국 영화였다.
나쁘진 않았지만 - 사실 난 대부분의 영화가 나쁘지 않다 - 완전 추천할 정도는 아니고..
음.. 개인적으론 흔히 연기파 배우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눈에 핏발 세워가며 하는 연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왠지 부담스럽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최민식이나, 손현주 같은 배우들 연기력은 인정하나,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그냥 따뜻해 보이는... 안성기 같은? 그런 사람을 더 선호하는 듯.
매드맥스는 북두의 권이랑 얽혀서 술술 썼는데. 악의 연대기는 내용 정리하기가 귀찮다.
그래서 또 네이버에서 긁어왔다. 손으로 쓰는 일기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편리성!
특급 승진을 앞둔 최반장은 회식 후 의문의 괴한에게 납치를 당한다.
위기를 모면하려던 최반장은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승진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기로 결심한다.
“내가 죽인 시체가 다시 내 눈 앞에 나타났다”
이튿날 아침, 최반장이 죽인 시체가 경찰서 앞 공사장 크레인에 매달린 채공개되고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힌다.
자신이 저지른 살인 사건을 담당하게 된 최반장은 좁혀오는 수사망에 불안감을 느낀다.
“진짜는 지금부터야. 네가 어떤 놈인지 왜 그랬는지 내가 알아야 되겠어”
최반장은 자신의 실수를 덮기 위해 사건을 조작하고 재구성한다.
그러던어느 날, 경찰서로 의문의 전화가 걸려오고,한 남자가 자신이 진범이라며 경찰서에 나타나는데…
“제가 죽였습니다. 최반장님을 불러주세요”
랜다. 이 영화는 반전 구성으로 짜여 있어서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재밌었음. 특히 '반전있음!'하는 뻔한 구성이 아니라 좋았다.
둘중 하나를 굳이 추천하라면 매드맥스지만. 한가하다면 둘 다 보면 좋을듯.
- 그러나... -
영화를 보고 나오니 대략 밤 9시. 아. 오늘 하루도 무사히 버텨냈다.
잉여롭고 불쌍하지만 하루 무사히 넘긴 것만도 감사하자..
꺼져 있던 폰을 켰다. 잠시 노심초사 헀지만 아무런 부재중 전화도, 발주서 메일도 없었다.
우와. 이런 날도 있네? 급 기분이 좋아졌...
좋아졌...
띵동. 새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람이 떴다.
메일 제목은 '메이드 테크 발주서 송부 -긴급'. 발송 시간은 지금.
정말 놀랍게도 하루종일 아무 연락 없다가 영화 두편 보고 안도하며 집에 가려는 찰나 메일이 왔다.
일단 메일을 열어봤더니..
삼성에서 기존에 셋업된 장비의 컨셉을 전체 뜯어고치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삼성에서 3일 준다고 했고, 이미 설계한다고 하루를 소비했기 때문에 늦어도 모레는 자재가 필요하다고 한다.
모레 자재를 받아서 바로 현장에서 셋업을 한다나 어쨌다나.
들어보니 정말 급하긴 한가보다.
잠시 칼귀가에 대한 유혹을 느꼈으나. 어차피 집에 가도 사장님이 있잖아?
음. 집에 가도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아 회사로 갔다. 서울 가던 라이프가 급 그리워지네.
도면을 대충 출력하고. 일정을 확인하니 어언 밤 11시였다.
내일은 빼도박도 못하고 일해야 겠네.
아오.
이젠 힘들어도 찡찡댈 곳이 없어서 좀 그렇네. 마음이 허하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