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 불신 -
꽤 오랜기간 말해오곤 했었다.
'여자는 믿을 수 없어.'
정확히는 'XX염색체는 믿을 수 없어.'
가 나의 말 버릇이였고.
가끔 감정이 고양되면 비속어를 섞어서 믿을 수 없음을 표출하곤 했다.
처음 느꼈던 분노의 날.
돌이켜보면 (이젠 그마저도 희석되어 별 느낌없지만) 살면서 가장 분노했던 순간이 아닐까 한다.
대부분의 일에 작게 일희일비하는 나는 감정적 리액션이 휘발성이 강한데 비해,
그때만큼은 아무리 태워버려도 다 타지 않을 분노가 끊임없이 솟아 올랐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 다녀서 그런가?
하고 연애의 방향을 바꿔 봤지만, 돌아온 결과는 딱히 다르지 않았다.
처음만큼 분노스럽진 않았지만, 그만큼 실망감은 더 높았던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이젠 어땠었는지 잘 기억도 안난다. 그냥 그랬던 것 같다.
그냥 다 그여자들 잘못이다.
하면 됐을 것을, 그때의 난 그정도로 뻔뻔하지도 못했었다.
다행히도 임팩트 있었던 두번의 큰 실패(?) 뒤엔 그냥저냥 무난한 일 뿐이였다.
덕분에 한때 입버릇이였던 'XX 염색체는 믿을 수 없다'라는 말은, 근래엔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 이성 혐오 -
뜬금없이 성(姓)간 대립이 심해졌다.
메갈이니 어쩌니 하는 사이트를 필두로 남혐, 여혐이라는 세력이 싸우곤 한다.
처음엔 그려려니 했는데, 이게 어느순간 꽤 자연스럽게 자리잡아서, 가끔은 무서울 때가 있다.
그들끼리 치고박는 글들을 보면, 너무 공격적이다.
한동안은 그냥 인터넷에만 존재하는 특이 생명체...정도로 생각했었으나.
의외로 주위에도 남혐이든 여혐이든 페미니스트든 그런 식으로 활동하거나, 사상을 가진 사람이 몇몇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사람들이 워낙 공격적으로 치고박고 까고 하니까.
한때는 불신이라며 신세한탄 했던 나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게 되었다.
나는 믿지 못할 뿐이지, 쟤들은 아예 혐오하잖아...
얘들아. 그러지 마.
사람은 자고로 이성을 밝혀야(..)하는 법이야.
안그래도 각박한 세상, 왜 니들까지 치고 박으면서 남혐이니 여혐이니 하는거니..
그건 나 혼자 조용히 깔 테니, 부디 세상은 평화로워 지길.
이성이 뭐길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