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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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지내요? -


 그러고보니 그런 시즌이 있었던 것도 같다.


 꼭 뭔가 회상할 만한 일이 생기면, 이런저런 일이 쾅쾅쾅 생기는. 그런 일.




 일요일 밤. 그러니까 월요일 아침.


 꿈을 꾸었다.


 어떤 집을 도둑놈 마냥 뒤지고 있던 나는. 왕자님께 들켰다.


 반가웠던 걸까. 왕자님과 잠시 쓸 데 없는 안부를 주고 받는 사이, 왕자님의 오빠가 나타났다.


 아. 내가 뒤지던 곳은 왕자님 오빠의 집이였나보다.


 뭐. 현실의 왕자님은 오빠는 없고 언니가 있지만... 


 꿈에 등장했던 오빠란 사람은 현실에서 연상의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예지몽(?)일까. 


 그 오빠는 내게 비난을 쏟아냈고, 잠시 듣던 나는 울컥해서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그리고 그 찰나. 왕자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비난하는건지. 슬픈건지.


 알 수 없는 그 표정에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에 꿈에서 깼다.




 오랫만의 꿈이였다.


 마지막에 본 그 표정이 묘하게 여운에 남아, 꿈에서 깨고 나서도 임팩트 있었다.





 점심 즈음. 별 생각없이 카카오톡 프로필을 바꿨다.


 '간만에 당신 꿈을 꾸었어요. 잘 지내요?'


 


 퇴근 후, 생각 난 김에 모처럼 사진을 뒤져봤다.


 2014년이라.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 와. 오랫만이다.


 마지막으로 만난게 2015년 11월 1일.


 마지막으로 연락했던게 2016년 2월 9일.


 헤어진건 거의 3년 째인데. 서로 참 오래도 질퍽질퍽 댔었구나.


 의외로 작년 초까지는 연락하고 지냈었네... 시간이 엄청 흐른 것 같은데.


 어찌됐건. 사진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젠 길에서 만나도 서로 못 알아보겠네. 나도. 당신도.


 ...란 생각이 들었다.


 왜일까 사진을 보면서 위화감이 들었기 때문일까. 나도 시간이 흐르며 더 아저씨가. 더 돼지가 되었으니.


 노래 가사 보면 우연히 길을 걷다가 연인과 함께 있는 그녀를 발견하곤 하던데.





  - 잘 지내요 -

 퇴근하고 뒷정리 할 무렵, 전화가 왔다.

 발신자 표시 제한 전화다. 잠시 고민했지만, 그냥 받지 않았다.

 받지 않으니까 안드로이드 알약이 대화창을 띄우며 내게 물어본다.

 '발신자 표시 제한 전화를 차단하시겠습니까?'

 뭐... 급한 일이라면. 다시 걸겠지 싶어. '예'를 선택했다.



 뒷정리를 다 하고 나니. 발신자 표시를 제한 전화가 오고 있었다.

 그리고 부지런한 알약이, 그 전화를 차단하고 있었다.

 '뭐지?'하는 생각에 통화 기록을 보니, 발신자 표시를 제한하신 분이 세번이나 전화를 했더라.

 순간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뭐지? 중요한 전화인가?

 그 순간.

 음성 메세지가 남겨 졌다는 문자가 왔다.



 오랫만이예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오이사도 잘 지내요.

 안녕.



 딱 15초 분량의 짧은 음성이였다.

 누군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이 망할 왕자녀석.

 물론 나는 일개 평민이라 왕자님의 연락처 따위 알지 못하는고로. 아무 대응도 못했다.

 


 우연히 연락을 넣어서 저리 남긴건지.

 우연히 내 카카오톡 프로필을 본건지.

 아니면 나를 지켜보고 있었는지. 뭐가 어쨌는지. 저쨌는지.

 나로서는 전혀 알 수 없지만.



 하여튼. 내 입장에선. 

 잘 지내냐고 카톡 프로필을 남겼더니 잘 지낸다고 연락이 온 꼴이였다.

 처음에 몇 분은 전화를 받지 않은 스스로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잠시 머리를 식히고 생각해보니. 안 받아서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나는 찌질댔을테니까.




 그냥. 뭐랄까.

 간만에 감수성 터지는. 그런 날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