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기 -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다이나믹의 연속이라더니.
그런 것 치고는, 하루하루 자체는 쳇바퀴 굴러가듯 평이한 반복이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내가 일기를 또 쓸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뭐. 가끔 있긴 했다. 이런저런 감정적 격동의 시기를 거칠 때면, 일기를 쓰려고 마음 먹고.
근래에 있었던 여러가지 굵직한 사건들을 머릿속에 나열한 다음.
한두사건을 쓰다가 결국 또 때려치운다.
소설로 치면 가뭄에 콩나듯 신간을 발표하는데.
정작 그마저도 프롤로그~에서 도입부 까지만 반복해서 발매하는.
3류 작가 같은 느낌.
생각해보니 일상적 사건사고나 밀도가 예전보다 낮아진 것은 아니다.
물론 늘 반복되는 감은 없잖아 있지만, 그건 어릴 때도 그랬다.
정해진 시간에 학교를 갔었고... 이제는 출근 하는 것일 뿐.
그저.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드니까. 일기를 쓰려고 하는 감정적 부분이 미묘하게 메마른 것 뿐.
그래. 그렇다.
어차피 자연스럽게. 언젠가는 사라지게 되어 있다.
언젠가는 그만 쓰게 될 것이고.
그럼에도 오늘 뜬금없이 쓰게 된 것은. 내 평생 다시는 볼 일 없을 것 같던 사람과.
우연히 대화를 나누게 되었기 때문이다.
홈페이지와 일기라는 키워드를 두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정말로 드물다.
심지어 나마저도 거의 접속하지 않는 걸.
그럼에도 안부 인사와 함께 홈페이지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치 서랍안에 놔두고 깜빡한 어린시절 장난감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약간 변덕에. 일기를 쓴다.
또 프롤로그만 쓰는건 곤란하니까.
가능한 근래의 이야기.
- 5년 전 -
새삼스레 깨달았다.
아. 마지막 연애의 첫걸음이. 딱 5년 전이였구나.
5년전 이맘 즈음 차가운 겨울 바다에서. 얼렁뚱땅 시작됐던 찰나의 순간.
말 그대로 찰나의 순간이였다.
그리고 한동안은 헤어진 것도, 사귀는 것도 아닌 시간이 있었고.
이후로는 자연스레 멀어졌다.
아니. 멀어져 가는 것을 안타까이 지켜보았다.
그 사람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단순히 아직 새 사람을 만나지 아니했기 때문에 이러는 것인지.
그저 현재 기준으로 내게 '마지막' 사람이라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역시 뭐든 끝나버린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살면서 내가 혼자 발버둥치고 상대방을 잡아서, 잘 된 경우가 있었던가.
그냥 문득. 5년전.이 떠올랐다.
간만에 듣는 목소리는 반가웠고.
나는 애써 쾌활한듯 굴었지만 완곡히 밀어내는 그 말은 가슴 아팠다.
- 옛 사랑 -
유명한 노래다. 이문세의 옛 사랑.
도입부 정도는 누구나 아리라.
남들도 모르게 서성이다 울었지
지나온 일들이 가슴에 사무쳐
텅빈 하늘밑 불빛들 켜져가면
옛사랑 그이름 아껴 불러보네
찬바람 불어와 옷깃을 여미우다
후회가 또 화가 난 눈물이 흐르네
누가 물어도 아플것 같지 않던
지나온 내모습 모두 거짓인가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대로 내맘에 둘거야
그대 생각이 나면 생각난대로 내버려두듯이
흰눈 나리면 들판에 서성이다
옛사랑 생각에 그길 찾아가지
광화문거리 흰눈에 덮여가고
하얀눈 하늘높이 자꾸 올라가네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대로 내맘에 둘거야
그대 생각이 나면 생각난대로 내버려 두듯이
사랑이란게 지겨울때가 있지
내맘에 고독이 너무 흘러넘쳐
눈녹은 봄날
푸르른 잎새위에 옛사랑 그대모습
영원속에 있네
흰눈 나리면 들판을 서성이다
옛사랑 생각에 그길 찾아가지
광화문 거리 흰눈에 덮여가고
하얀눈 하늘높이 자꾸올라가네
정말 오랫만에. 노래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주룩주룩 울어버렸다.
- 그럼에도 하는 것이 좋은가? 그래서 하지 않는 것이 좋은가 -
별 의미 없는 이야기지만.
한동안 혼자 심각하게 생각했던 것이 있다.
좋게 포장해서 5년 전이지. 나름대로 속 썩이는 부분은 존재했다.
그냥 지금와서 생각하면 그쯤은 수용할 수 있다... 정도지만. 어찌됐거나 뭐 그렇다.
그 전에 연애할 때는.
아. 그렇게 오래 붙잡았었는데, 이제는 너무 멀리 갔다.
라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경훈이형의 장황한 현재진행형 연애담...
이라고 해야할지. 사건사고라고 해야할지... 피해사례라고 해야할지...
이 이야기만 써도 일기 한 단락을 채울텐데. 내 이야기가 아닌고로 일단 패스.
어찌됐건 스트레스 받으면서도 함께 지내는걸 보고.
나라면 절대 저러지 못할텐데. 하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어찌됐건 서로가 어떻게 됐건 함께 있으니까 괜찮은 걸까.
아니면 적당할 때 떠나 보냄이 맞는걸까.
내가 떠내보냈던지. 상대방이 떠났던지.
내가 수용할 수 없었던지. 내가 수용할 수 있었던지...
그 때의 내 고민과 선택은 과연 옳았는가.
물론 나는 기본적으로는 착하고 배려심 넘치는 성격이라 기본적으로는 휘둘려 왔다.
그럼에도 가끔 생각한다.
아직도- 라면은.
그리고 생각한다.
아. 참 멀리도 왔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