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인연들은 비슷할 때 날 기억하다보다 -늘 비슷한 거리의 두 사람 -
징크스가 있다.
어쩌다 우연히 헤어진 연인이라던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연락이 오는 날이면.
연락이라고 해봐야 안부를 묻는다거나 밥한끼 같이 하는 정도지만.
어쨌거나 그에 반가워 하는 날이면. 이상하게도 그날, 혹은 그 다음날 또 다른 사람에게서 연락이 온다.
그래서 한 때는 우스갯소리로 '나랑 관련된 사람들 다들 모여서 계라도 하고 있는거 아냐?'라는 소릴 하기도 했었다.
혹시 일기에도 쓰지 않았나. 싶어서 검색해봤더니 2012년에 비슷한 일기를 쓴 적이 있네.
실제로 저 이야길 꺼냈던 건 은영이였는데, 은영이는 진짜 계 하면 질척질척 재밌겠다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사실 미루지 않고 그날 바로 일기를 썼다면 전혀 다른 제목이 됐을텐데.
미뤄서 쓰다보니 이 다음날 있었던 일도 기억하고 있는지라(..) 제목이 저렇게 되어 버렸다.
하긴. 그런데 반갑긴 하고. 잘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썩 좋은 징크스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지금이 중요하지 옛날 일 따위가 뭐가 중요하겠어! 크앙!!
- 늘 비슷한 거리의 두 사람 -
어릴 땐 간간히 헤어진 연인에게 안부를 묻기도 했다. 문득 생각나서 궁금하면 참지를 못했다.
좋은 버릇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음에도 고치지는 못했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사는건 아니겠지. 하고 진지하게 걱정하던 때도 있었다.
다행히 그 걱정은 기우였던 듯. 학생이라는 꼬리표가 떨어진 이후에는 저 버릇이 없어졌다.
바쁜 척 해도 학생때는 의외로 한가했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고, 아니면 막연히 의지대상이 없으니 옛 연인을 찾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튼 일을 시작하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저런 일이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고, 지금은 안한다.
뜬금없이 카톡이 왔다. 이녀석은 늘 뜬금없다.
그리고 어째서일까. 잔업이 없는 날에 연락이 온다. 스스로 말하길 그런 촉이 있다나 어쨌다나.
밑도 끝도 없이 사주가 보고 싶었던 영란이는 김천에 사주 보는 곳이 없는 것에 한탄.
구미에 와서 사주랑 타로 점을 본 듯했다. 예전에 같이 갔던 타로집은 망한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 자리에 새로 생겼다더라.
물론 점을 봐 주는 사람은 바뀌었고.
전에 타로점 볼때도 은근 맞는 듯해서 신기했는데, 새로 온 사람도 제법 잘 보는지, 잘 맞춰서 신기했단다.
듣자하니 요새 안 좋은 일이 주구장창 생겨서 사주라도 보고 싶었다나 어쨌다나.
개인적으로 나도 타로점 같은거 재미로 한번 보고 싶은데, 남자 혼자서는 도저히 못 가겠어서 가본 적은 없다.
한번은 가서 기다리다가, 도저히 주위 시선을 견디지 못해 그냥 나온 적도 있다. 같이 가자고 부탁할 만한 상대도 딱히 없어서 흐지부지 넘어갔다.
그러다가 어느날 보니 그 타로집이 망해있길래. '이젠 볼 일 없겠구나' 싶었는데. 그 자리에 새 타로집이 들어오다니 이것 참.
뭐. 어쨌거나 오랫만이니 얼굴이나 보기로 하고 만났다.
잠시 이야길 나누고. 여기저기 어정거리며 시간을 때우다가 집에 보냈다.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거리에 서 있는 것 같아서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거리는 연애할 때의 '거리'가 아니라 그 이후의 거리랄까.
다른 사람 중에는 비슷한 관계가 없어서 명확히 딱 말하긴 힘들지만. 그런 독특한 느낌과 거리감이 있다.
한편으론 어릴 때부터 봤고. 진로에 신경을 썼던 만큼 잘 됐으면. 아니, 무사히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
돌이켜보면 연애하던 시절의 나는 저녀석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연애할 당시엔 잘 안다고 생각했고. 쓸데없이 의존적인 성격에 뭘 하든 믿었거나, 믿으려 들었거나. 이런저런 일이 생겨도 이해하려 했던 것 같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갈구기 이를데 없었고. 그건 상대방에게 있어서 어느정도 트라우마인 것 같으니. 어지간히 실속 없는 연애였나보다.
최초의 몇 달을 제외하면. 그게 연애였는지 아닌지도 이제와선 모호한 것 같다.
분명 나도 저녀석을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고. 저녀석도 날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지만.
그 시절이 겹치는지도 알 수 없고. 그 시기가 그게 언제인지.
언제부터 관계가 이상했는지. 언제부터 다른 사람이 개입하기 시작했는지. 전혀 모르겠다. 그래서 회상을 하면 늘 알 수 없다는 생각만 든다.
연애할 때 확신이 넘쳤던 걸 생각하면 아이러니하기 이를데 없는 추억거리 아닐까.
오히려 친숙한건 헤어진 이후의 영란이 같다.
이후론 비슷한 거리감과 비슷한 감정과 비슷한 느낌이 늘 든다. 위에서 언급했던 독특한 느낌.
어쨌거나 간만에 만나서 반가웠다. 어차피 내가 보자고 해서는 만날 일이 없으니 만나는건 주로 저녀석의 변덕인 경우가 많다.
사지 멀쩡히 건강히 지내면 됐지 뭐.
아련한듯. 아련하지 않은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