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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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오다 -


하늘에서 펑펑 내려온다. 눈이 엄청나게 왔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원래 구미는 아주 춥지도, 아주 덥지도 않은. 눈이나 비가 미친듯이 오지도 않는. 


그야말로 무난함(?)이 특징(!)인 도시였는데. 올해는 벌써 큰 눈이 오는게 두번째다.


불산 사태도 그렇고... 


만약 구미가 사람이라면, 올해가 삼재에 들어가는 해일지도 모르겠다.




앞에 썻듯 눈이 자주 오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제설 작업에 대한 대비는 윗동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오늘도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눈이 줄창 내렸지만, 딱히 제설작업을 하는 움직임이 보이진 않더라.


기후 온난화니 뭐니 자연이 많이 병들고, 또 바뀔거라더니, 정말로 그런지도 모르겠다.






- 범서테크 송년회 -


오늘은 송년회. 거의 한해의 끝에 송년회를 했었는데. 올해는 비교적 빨리 했다.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사장님이 부부동반 송년회를 제안하셨는데(작년에는 직원들끼리, 제작년엔 부부동반이였다).


직원들의 아내들 중 교대근무자가 있었기 때문에, 모두 참석이 가능한게 21일이였기 때문에 그리 정한 것 뿐.


점심 때가 지날무렵, 눈이 너무 와서 이대로 강행할지 말지 여론조사를 했는데. 


뜻밖에도 강행하기로 결정. 눈으로 구미가 뒤덮인 와중에 우리 회사 사람들은 송년회를 가졌다.




원래는 룸이 모두 예약되어 있어서 넓은 홀을 예약했는데. 눈 덕분에 예약들이 줄줄이 취소되서 룸에 들어가서 먹었다.




오늘 간 곳은 지산동에 새로 생긴 소고기 집이였는데. 직판장? 뭐. 그 비슷한거라서.


정육 코너에서 고기를 사서, 식당부에서 구워먹는. 그런 구조로 되어 있었다.


개인 단위로 와서 먹을 때야 별 문제 없겠지만, 이렇게 단체로 왔을 땐 고기를 추가할 때마다 가서 결제해야 되기 때문에 살짝 귀찮은 감이 있다.


역시나 예상대로 사장님 카드는 내 손에 쥐어졌고, 난 부지런지 오며가며 고기를 추가하고. 결제를 했다.




오늘의 참석자는 사장님, 사모님, 박규호 부장, 김경훈 과장, 김기봉 대리, 김대리의 처와 딸 둘, 이윤호 대리, 이대리의 처와 딸.


이래저래 많이들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냈다.




여기서 나름의 불만 목록.






- 범서테크 송년회 : 그것이 불만이다 Part.I -


앞서 언급했듯, 고기를 추가할 때마다 정육 코너에 가서 사와야 했기 때문에, 내가 눈치껏 테이블에 고기가 빌 때마다 오가며 고기를 결제했다.


정육 코너는 동네 정육점처럼 부위를 주문하면 잘라주는 식이 아니라, 마트처럼 팩에 싸서 진열되어 있었다.


난 그 중 몇몇 팩을 골라 결제한 뒤, 식당에 가져왔던 것.


그 와중에 김대리 테이블에서 지적질이 들어왔다. 요는 '마블링이 마음에 들지 않아 못 먹겠다'는 것.


나도 술 마시며 오가는게 귀찮기도 했던 터라, 솔직히 조금 짜증이 났지만 가까스로 억누르고 하는 말을 들어봤더니.


반품. 이건 도저히 못 먹겠단다. 얻어먹으면서 말이 많다.




계산대에 가서 알아봤더니 여러팩을 동시에 결제했기 때문에, 반품하면 일단 다 취소한뒤 새로 결제 해야 한단다.


이 한팩 때문에 이미 구워먹고 있는 고기들 바코드를 수거해올 수도 없는 노릇이요, 


승인되거나 취소될 때마다 사장님한테 계속 문자가 갈텐데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


결국 김대리네가 마음에 드는 고기를 골라오게 한 뒤 결제해줬다.


김대리네가 마블링이 마음에 들지 않아 먹지 않은 고기는 가져와서 우리 테이블에서 맛있게 구워먹었다.




조금 짜증났지만 소고기 먹는 기준이 까다로운갑다. 정도의 감상이였는데.


이후 고기 추가할 때 내가 '대리님 테이블 고기는 직접 골라주세요'라고 했더니. 초등학교 5학년 짜리 자기 딸을 보내더라.


뭐야 이거.






- 범서테크 송년회 : 그것이 불만이다 Part.II -


경훈이 형이 이제 1년 반도 더 된 이야기.


내가 광철이형과 고량주 배틀을 벌였던 이야기를 꺼냈다. 그것도 우리 부모님께!!!


이것만큼은 꼭꼭 숨겨놓고 살고 있었는데... 덕분에 이후 신나게 깨졌다.






- 범서테크 송년회 : 그것이 불만이다 Part.III -


고기를 계산하며 카운터 직원과 잠깐 잡담을 했다.


'오늘 눈이 와서 예약들이 다 취소됐나봐요?'라고 물었더니 긍정의 답을 한다.


그리고선 '오늘 대리기사 없는 것 아시죠?'라고 반문한다. 이게 왠 뜬금돋는 소린가. 하면서 '네?'하고 물었다.


눈이 와서 대리기사가 없댄다. 이미 식당에선 사람들이 신나게 먹고 마시고 있는터라.


살짝 놀란 나는 급히 폰으로 구미 대리운전을 신나게 검색하며 전화를 여기저기 걸어댔다.




신호가 잠깐 간 뒤 안내원이 받는다. 대리기사가 있는지 물어본다. 긍정한다.


내심 안도했다. 뭐야, 없긴 뭐가 없어. 이렇게 있는데 뭐.


그런데 안내원이 뭐라고 덧 붙인다. 오늘은 눈이 왔기 때문에 대리비가 20,000원(평소엔 8,000~ 10,000원)이라고 한다.


뭐야. 평소의 두배잖아. 이것들이 미쳤나... 대리가 니들 밖에 없는 줄 아냐. 하면서 뚝 끊었다.


그리고 검색된 번호로 계속 전화를 걸었다.





...11군데나 전화를 걸었는데, 받는 곳이라곤 아까 그곳 뿐이였다. 젠장...






- 범서테크 송년회 : 그것이 불만이다 Part.IV -


요즈음은 술 마셔도 옛 연인에게 연락하는 일이 '없다'. 줄어든게 아니라 없어졌다.


나의 성향이 바뀐 건지, 아니면 그 사람들이 내 마음속에서 희석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여튼 그렇다.


그런데 가끔 보면, 술마시면 괴짜돋는 행동을 할 때가 있는 것 같다.




조심해야겠다. 스스로 술 버릇은 나쁘지 않다고 자부하고 살았지만. 그건 자만일지도?


이젠 나이도 들고 하니까, 얌전히... 얌전히. 자기를 다잡을 수 있어야겠다.






- 에필로그 -


...송년회 시작한 이야기 쓰고 나선 줄창 불만거리만 써 댔는데. 어쨋거나 재밌었다.


이럴 때 보면 장가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상대방에게서 '평생 함께 할 것'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는걸까.


나로서는 너무 신기하고 대단한 일인 것 같다.


어쨋거나 신나게 마시고, 놀고 떠들다가 2만원짜리 대리를 불러서 집에 갔다.


뭐. 나름대로 재밌었다. 후아암.





아. 이대리의 와이프가 내 목소리가 되게 좋다고. 마치 성우 같다고 칭찬해줘서 좋았다.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