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도 적성에 맞아야 한다 -
사실은 이번 주말엔 출근할 계획이 0.002%도 없었다.
엘소드 만렙이 연장된 이 시점에 캐릭터가 13개나 되는 나는 매우매우매우 바쁘고 일정이 촉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요일 저녁에 살짝 더러운 도면이 어디선가 몇장 툭. 튀어나왔던터라...
이게 나오면서 모든 일정이 뒤틀려 버렸다.
원래대로라면 이번주 내로 끝내야 되는 도면이 몇 장 있었는데. 아쉽게도 금요일까지 다 하질 못했다.
엄밀히 따지면 남은 도면들은 박부장님이 작업한다고 가져갔던 도면이기 때문에 나랑은 무관했다.
우리는 도면이 배부되면 일단 부장님과 내가 할 일로 대충 나눈다. 그리고 먼저 끝낸 사람이 남은 걸 도와주는 식인데...
난 그간 잔업하며 내게 배당된 건 거의 다 했기 때문에 사실 잔업은 계획에 전.혀. 없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부장님이 제안한 것. '토요일에 같이 잔업 ㅇㅇ'
여러가지 정황상 부장님이 특근을 하는데 내가 뒹굴뒹굴 노는건 모양새가 이상하다.
그리고 치열하지 않다 뿐이지, 전혀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일단 별 생각없이 수락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런 일이 예전에도 있었던 것 같다.
주말에 특근하자고 해 놓고 안나왔던 적이 몇 번 있는 것 같은 기분...
에이 설마. 설마...
그런데 그것이 정말로 일어났습니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본인 밖에 할 수 없는 거라고 그 난리를 쳐 놓고, 본인이 출근하지 않으면 어쩌란 말인가...
(전화와서 한다는 말의 늬앙스가 '넌 못함ㅋ'이라서 붕노하기도 했다)
회사 일정도 있고. 되던 안되던 해 보는 것도 경험이다 싶어서. 결국은 여차저차 해서 일을 시작했다.
남이 하던 일이나 남이 쓰던 셋팅 블럭은 왠지 마음에 안들어서 처음부터 싹 다 새로 제작. 덕분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설상 가상으로, 10분이면 끝날줄 알고 저 멀리 던져뒀던 도면 중 하나가 예상 외로 3D가공까지 필요한 난코스였고...
어쨋거나. 그렇게 쿵짝쿵짝 해서. 일을 마치고 퇴근하니 세벽 4시 였다.
일찍 퇴근하고 일요일에도 출근할까. 하는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요일엔 엘소드 만렙 찍어야 하니까!!(난 잉여어른).
겨울인 덕에 하늘이 어둑어둑했으니 망정이지. 여름이라서 이미 밝아지고 있었다면. 기분이 이상했을 것 같다.
집에 오는 길에 문득 생각하니. 정말 워크홀릭 기질이 있는거 아냐? 하며 피식피식 웃었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다. 그래도 적성에 맞으니 이렇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고.
피곤하고. 지치고. 힘든 하루였지만.
그래도 독하게 하니 좀 보람 돋는 것 같기도. 후아암.
